(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코스피가 6000선을 넘어섰다. 불과 지난 1월 말 4000에서 5000으로 올라선 데 이어 다시 한 달여 만에 1000포인트를 추가로 끌어올렸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등을 단순한 유동성 장세가 아닌 실적 개선과 구조적 자금 이동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지수 상승이 사실상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에 집중된 ‘쏠림 장세’라는 점과 공매도 잔고가 사상 최대 수준까지 확대됐다는 점은 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21.3%로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상승의 1차 동력은 단연 이익이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의 최근 3개월 변화율은 52.0%로 미국(5.3%), 유로존(3.4%), 일본(6.7%)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이익 추정치 상향이 지수 전체 EPS를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원투펀치' 실적 눈높이 상향 릴레이가 2026년 코스피 지수 전망 상향의 직접적인 이유"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수개월 사이 두 배 이상 상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기관과 개인의 수급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코스피가 장 마감 기준으로 5000포인트를 돌파한 1월 27일 이후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11조 5492억 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3조 1341억 원, 2조 4135억 원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개인도 5조 4309억 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18조 원 넘게 순매도했지만, KODEX200과 KODEX코스닥150 등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는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에 간접 베팅했다.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증시 등락과 무관하게 국내 수급의 힘으로 수직 상승한 시장"이라며 "개인 자금의 매수 여력은 여전히 풍부해 하방 경직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연구원도 "이번 개인 자금 유입은 단순한 FOMO(추격 매수)라기보다 ETF·대표주 중심의 구조적 리스크 재선호(리리스킹) 성격이 강하다"며 "지수 하방 변동성을 완충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리스크 요인도 분명하다. 지수 상승이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이익 급증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종목을 제외한 187개 상장사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 남짓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익 상향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한 채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물경제 성장률보다 반도체 두 기업의 실적 상향 폭이 지나치게 가파르다"며 "두 종목을 제외한 체감 코스피는 3900~4000 수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 과열을 경고하는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대차거래 잔액은 154조 3565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비 40조원 넘 늘었다. 공매도 순보유잔고 역시 14조 5000억원을 넘어 공매도 재개 직후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향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헤지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종목별 옥석 가리기가 한층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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