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코스피 지수가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지수 하락에 2배로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동전주'로 전락했다. 지수 상승 랠리가 장기화되면서 지수 역방향 상품의 가격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거래소는 제도적 한계를 인지하고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코스피200 선물 인버스 2X' ETF는 일제히 200원대까지 내려왔다. 현재 200원대에 거래되는 ETF는 인버스 2X 상품이 유일하다.
대표적으로 삼성자산운용이 만든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지난 25일 종가 258원을 기록했다. 불과 1년 전 2000원대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RISE 200선물인버스2X(260원), KIWOOM 200선물인버스2X(263원), TIGER 200선물인버스2X(272원) 역시 비슷한 가격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코스피 일일 수익률을 마이너스(-)2배로 추종하는 구조상, 지수가 상승할수록 해당 ETF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코스피가 7000선을 넘어설 경우 이들 상품은 100원대로 내려앉을 수 있다.
ETF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ETF에는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주는 유동성공급자(LP)가 있는데 가격이 100원대로 내려가면 1원 변동의 영향이 커져 스프레드(매수·매도 가격 차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이 경우 호가가 얇아지거나 스프레드가 벌어져 투자자들의 거래 비용이 커질 수 있다.
또 '싸 보이는 착시'가 발생한다. 코스피 일일 수익률을 2배로 거꾸로 따라가는 구조임에도 200원이라는 숫자만 보면 부담이 적어질 수 있다. 가격이 낮아 단기 자금이 몰리면 주식시장 전체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액면병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컨대 200원짜리 5주를 병합해 1000원 1주로 전환하면 가격 왜곡을 완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해당 ETF 5주를 보유한 투자자는 1주로 바뀌게 된다.
다만 국내 ETF는 일반 상장주식과 달리 액면병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ETF는 집합투자기구(펀드)로 분류돼 '주식 액면가'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기 힘들다는 것이 현행 규제의 해석이다.
2020년 원유 상장지수증권(ETN) 급락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병합 제도를 검토했고, 2022년에는 금융감독원이 ETF 액면분할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법무부가 "상법상 분할·병합 규정은 주식에 한정돼 펀드나 채권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면서 제도화는 무산됐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ETF의 액면병합·분할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아 운용사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라며 "금융당국 차원의 제도 개선 논의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섣부른 병합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병합 과정에서 일정 기간 거래정지가 불가피하고, 그 사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특성상 기초지수와 ETF 가격 간 괴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인버스 2X ETF가 동전주 수준까지 내려온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보면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