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저가 매칭에 따른 마진 감소분을 납품업체에 떠넘긴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1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납품단가 인하 요구와 광고비 전가, 상품대금 지연지급 등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가 적발된 데 따른 조치다.
공정위는 26일 쿠팡이 △납품단가 인하 요구 △광고비 등 부담 요구 △직매입 상품대금 지연지급 및 지연이자 미지급 △쿠팡체험단 미소진 상품 미반환 등 4개 위반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85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2020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납품업자와 PPM(순수상품판매이익률) 목표치를 사전 협의해 설정한 뒤 실적이 목표에 못 미치면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문제는 최저가 매칭 정책으로 판매가격이 하락해 마진이 줄어든 경우에도 그 손실을 납품업자에게 전가했다는 점이다. 쿠팡은 경쟁 온라인몰이 가격을 내리면 즉시 자사 판매가를 인하하는 구조 속에서 PPM이 하락하면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쿠팡은 GM 목표에 실제 마진이 미달할 경우 광고비, 쿠팡체험단 프로그램 수수료 등을 추가로 부담하도록 요구했다. 형식상 광고·마케팅 비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납품단가 인하가 어려울 때 이를 대체·보완하는 방식으로 활용한 것이다. 특히 협상에 소극적인 업체에 대해서는 발주 중단이나 축소 가능성을 내비치며 압박한 사례도 확인됐다.
상품대금 지급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쿠팡은 2021년 10월부터 2024년 6월까지 2만5715개 납품업자(50만8752건)와의 직매입 거래에서 상품대금 2809억원을 법정 지급기한(상품수령일로부터 60일)을 넘겨 지급했다. 지연 기간은 최대 233일에 달했다. 이와 함께 법정기한 초과분에 대한 지연이자(연 15.5%) 8억5300만원도 지급하지 않았다.
쿠팡체험단 운영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2020년 9월부터 45개월 간 6743개 납품업자(3만4514건)와 체험단을 진행하면서 소비자가 실제 체험에 참여하지 않아 상품이 소진되지 않았음에도 해당 상품비용을 돌려주지 않은 사례가 적발됐다. 미반환 규모액은 5억3679만원에 이른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직매입거래의 본질 훼손’으로 규정했다. 직매입은 유통업자가 상품 소유권을 이전받아 판매가격 결정권을 갖는 대신 가격 하락과 재고 부담을 스스로 감수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쿠팡이 최저가 매칭에 따른 마진 감소 위험을 납품단가 인하나 광고비 부담 요구로 상쇄한 것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행위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와 별도로 미지급 지연이자 약 8억5000만원과 미반환 체험단 상품비용 약 5억3000만원을 해당 납품업자에게 즉시 지급·반환하도록 명령했다.
조원식 공정위 유통대리점조사과장은 “이 사건은 직매입 상품대금 법정지급기한 규정 위반에 대한 첫 제재 사례”라며 “단가 인하·광고비 부담 요구는 정액 과징금, 나머지는 정률 과징금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쇼핑 1위 사업자인 쿠팡의 보복성 발주 중단·축소 등 마진 관리 관행에 제동을 건 만큼 유사 불공정거래의 재발 방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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