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視角] 중국 선전에서 탄 로보택시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26 18:53

수정 2026.02.26 18:53

정상균 경제부 부장
정상균 경제부 부장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자율주행택시(로보택시)를 타봤다. 지난해 가을 상하이에서 로보택시를 타보려 애를 썼지만 외국인이면서 정보가 부족해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출국 전에 중국 로보택시 호출앱을 깔고 결제까지 연결해 놓았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상업용 로보택시가 꽤 운행되고 있어 이것을 타봤다는 것도 이제는 뭐 대단한 일이 아닌 듯싶다. '중국 기술혁신의 허브'로 통하는 선전은 중국에서도 레벨4(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자율주행) 단계의 로보택시가 처음 상업적으로 운행되는 도시다.

현재는 이곳뿐 아니라 상하이, 베이징, 우한, 청두 등 17개 도시에서 로보택시 2000여대가 운행 중이다. 2억㎞ 이상의 주행데이터를 축적한 바이두(아폴로 고) 등 중국 상용 로보택시는 세계 최대 미국(구글의 웨이모)과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나는 선전시의 남서쪽 난산구로 갔다. 1000개 넘는 인공지능(AI) 기업이 있는 난산구는 선전에서 국내총생산(GDP) 총액(2024년 1·4~3·4분기 908억달러)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이곳과 바로 옆 바오안구 등에서 상업용 로보택시가 운행 중이다.

나는 로보택시가 승하차하는 지점으로 가서 택시를 호출했다. 사람(운전석에 앉아 있기만 하는 안전요원)이 없는 '완전무인'을 선택했다. 호출한 지 5분쯤 지나 스포츠유틸리티차(SUV)급 중국산 전기차가 내 앞에 섰다. 휴대폰에서 승인하니 차량 문이 열렸다. 차량 핸들에 투명 플라스틱 커버가 씌워졌을 뿐 정말 아무도 없었다. 차량 앞뒤에 설치된 노트북 화면 크기의 모니터에 '호출한 자가 탑승했고 안전벨트를 착용하면 곧 출발하겠다'고 알려왔다.

차는 아주 부드럽게 출발했다. "오호 사람 없이 차가 알아서 가다니"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놀라웠고, 낯선 경험이었다. 차선을 바꿀 때는 이동할 지점을 모니터에서 직관적으로 표시해 불안감을 덜어줬다. 내가 탄 차량이 로보택시임을 알고 있는 듯(외장에 표시) 일반차량 운전자들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길을 비켜주거나 앞질러 갔다. 로보택시는 왕복 10차로의 넓은 도로에서 차선을 바꿔가며 순조롭게 주행했다. 사거리 교차로에 정차했고, 좌우로 방향을 틀었고, 합류도로도 안정적으로 진입했다.

처음의 설렘과 낯섦도 잠시, 이 지역 최고속도(80㎞)로 달렸지만 불안하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되레 앞자리에 운전자가 없으니 시야가 트여 더 쾌적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15㎞ 거리를 20분 정도 달린 로보택시는 내가 지정한 도착지점에 안전하게 멈춰 섰다. 연결해 둔 OO페이로 우리 돈 8000원 정도를 결제하고 내렸더니 택시는 시야에서 천천히 사라졌다.

불안과 낯섦, 놀라움에서 편안함. 이런 급격한 감정의 교차 속에서 지금과 같은 속도의 AI와 자율주행 기술, 인간의 익숙함이 더해지면 로보택시는 머지않아 도시인의 일상이 되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스마트폰에서 AI로, 기술의 진화를 수용하는 속도가 빨라지듯이 '무인자율 이동'의 낯섦은 쉽게 극복될 것 같다.


현재 우리 정도의 도전과 혁신으로 중국의 AI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의 축적 속도, 그 힘을 따라갈 수는 있을까. 중국과 미국이 이미 5년 전에 시작한 것을 우리는 올가을쯤 서울에서 레벨4 로보택시 3대를 시범 운용하는 걸음마 수준 아닌가. 자칫하면 로보택시의 하드웨어 제조와 운용, 서비스마저 중국 기술을 가져다 써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비용을 지불한 그 로보택시 업체도 한국과 일본 등 전 세계로 사업을 활발히 확장 중인 것을 보면 그렇다.


"AI 대전환, 초혁신…" 말은 참으로 쉽다. 하지만 한국을 빼고 일상이 된 차량공유 서비스도 한 치 앞을 못 본 당대의 어리석은 정치인 탓에 혁신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았나(2019년 타다금지법). 정치적 이해에 한쪽 눈을 감은 정치인이여, 규제가 밥줄인 양 신성시하는 정책 당국자들이여 중국에 가서 로보택시를 직접 호출해 타보시라.

skjun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