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부문별 성장차별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 발표
반도체 중심 양극화 경제 성장은 물가 상승 압력 줄여
고소득층 위주로 소득 증가, 소비로 이어지지 않아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부문별 성장차별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는 경제 부문별 차별화가 심화되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균형 잡힌 성장 국면과는 다르게 나타난다는 분석이 담겼다.
정원석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은 “반도체 대기업 종사자 등 일부 계층 소득은 크게 늘어나지만 취약 부문 종사자들은 불리한 여건에 놓이게 되면 경제 전반 소비 증가나 임금 상승 등 물가 측 상방 압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K자형 성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정보기술(IT) 제조업 부문과 여타 부문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분기 평균 기준) 격차는 2024년 하반기 5.0%p에서 지난해 상반기 8.2%p로 뛰었다. 3·4분기엔 9.5%p까지 올랐다.
정 차장은 “부문별 성장차별화가 심화되면 소득 증가가 고소득층에 집중되면서 경제 전체 한계소비성향(MPC)이 하락하게 된다”며 “이에 따라 성장이 이뤄져도 전체 소비 확대폭은 제한됨에 따라 총수요가 물가 상승으로 전이되는 경로가 약화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한은 실증분석 결과 고소득층 MPC는 중·저소득층에 비해 낮을 뿐 아니라 최근 들어 하락하는 모습이 발견됐다. 소득 증가가 고소득층 위주로 나타나지만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기보다 저축이나 자산 축적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의미다.
임금 경로도 막히게 된다. 정 차장은 “경기 개선 효과가 노동시장 전반으로 고르게 확산되지 못해 전체 임금 상승 압력이 약해지고 노동비용을 중심으로 한계비용 상승이 제한된다”며 “지난해 초부터 IT 제조업 부문 임금은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지만 비IT 부문 임금은 정체됐다”고 전했다.
정 차장은 이어 “우리나라 전반적인 MPC가 하락하고 임금 상승 압력도 제한적인 점을 보면 경기회복의 물가 파급효과는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근원물가 상승률과 국내총생산(GPD)갭률 간 상관관계를 비교한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경기와 물가 간 양(+)의 상관관계가 2021~2022년 비교적 뚜렷하게 관찰됐지만 2023~2025년 희미해졌다는 게 핵심이다.
정 차장은 “향후 물가 흐름은 유가 및 환율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 비IT 부문의 경기회복 여부가, 비용 측면에서는 반도체 가격 움직임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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