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식탁에서 찌개나 국 등 국물 요리를 여러 사람이 한 숟가락으로 나눠 먹는 모습은 익숙하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헬리코박터균 감염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에 걸릴 위험이 6배 이상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의가 요구된다.
위암은 한국인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암이다.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다음으로 높은 발생률을 보이며 5위를 차지했다.
헬리코박터균은 강한 위산이 나오는 위 점막 상피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균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주로 입을 통한 접촉으로 옮겨지며 국내 16세 이상 성인의 감염률은 44% 수준이다. 음식을 개인 접시에 덜지 않고 함께 떠먹는 한국 특유의 식문화가 감염을 확산시키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한국인 위암 발생 가능성 6배 넘게 높여
중앙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BMC 캔서'(BMC cancer)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한국인의 위암 발생 가능성을 6배 넘게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지난 2018년 국가암검진에 참여한 40~74세 성인 686만 3103명의 건강보험 자료를 토대로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위암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감염자의 위암 발생 위험은 비감염자보다 6.4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 같은 전암 병변의 발생 위험은 1.41배, 위 선종 발생 위험은 5.81배로 조사됐다. 선종은 위 점막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며 생기는 '암 전 단계의 종양'이다. 현재는 양성일지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실제 위암으로 변할 수 있는 병변을 말한다.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선종, 위암으로
연구팀이 위암의 발생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활용한 모델은 '코레아 경로'(Correa pathway)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만성 위염을 유발하고, 이것이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선종, 위암으로 이어진다는 단계적 이론이다.
특히 연구진은 선종 역할에 주목했다. 헬리코박터균이 위암으로 이어지는 영향 가운데 36%가 선종을 통해 나타났다.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위암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선종이 44%를 설명한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위암은 헬리코박터균 외에도 짠 음식이나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 흡연, 음주, 만성 위염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발생한다. 초기에는 소화불량이나 더부룩함, 가벼운 속쓰림 등 증상이 미미해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몸무게가 줄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상복부 통증이나 빈혈 등이 나타나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커 주의해야 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짠 음식과 가공육, 탄 음식, 너무 뜨거운 음식은 피해야 한다. 대신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는 식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금연과 절주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염분 섭취와 가공식품 중심 식단, 흡연, 과음은 위 점막 손상과 만성 염증을 유발해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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