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줄이고 안전성 높인 DBU 혁신
코너 모듈은 서스펜션·모터·조향 결합
차량 구조 바꿔 자율주행 혁신 앞당겨
코너 모듈은 서스펜션·모터·조향 결합
차량 구조 바꿔 자율주행 혁신 앞당겨
얼어붙은 호수 위, 차량의 엔진룸을 열자 엔진도, 변속기도, 드라이브샤프트도 보이지 않았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바퀴 안에 들어간 모터와, 모터에 달라붙은 브레이크 유닛이다.
아우모비오는 이번 아르비자우르 행사에서 드라이브-브레이크 유닛(DBU) 데모카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차를 만들기 위해 아우모비오가 한 일은 기존 파워트레인 전체를 들어내는 것이었다. 기존 파워트레인의 무게는 200kg이었지만, 교체된 DBU 시스템은 130kg으로 약 70kg이 줄었다.
그러면서도 출력은 같거나 더 강하다. 변속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빙판 호수 위에서 이 차를 직접 몰았다. 코너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차체가 예상보다 빠르고 정밀하게 자세를 복원했다.
DBU는 '제동에서 모션으로(From Braking to Motion)'라는 아우모비오의 비전의 첫 챕터다. 트랙은 얼어붙은 호수 위였다. 노면 마찰 계수는 극단적으로 낮다. 엔진 토크가 아주 조금만 한쪽 바퀴에 더 실려도 차는 순식간에 자세를 잃는다. 이 조건에서 DBU 데모카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다.
직선 주행 구간에서 엔지니어는 “핸들을 잡고 있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후 손을 핸들에서 뗐다. 차는 직선을 유지했다. 빙판 위에서 양손을 내려놓은 채 달리는 감각은 묘했다. 좌우 바퀴의 구동력 배분이 실시간으로 조정되며 차가 스스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DBU가 구동과 제동의 통합이라면, 코너 모듈(Corner Module)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DBU를 기반으로, 여기에 서스펜션과 조향까지 집어넣는다. 코너 모듈은 DBU의 진화형이다. 차량 한쪽 구석(코너)에 필요한 모든 섀시 기능, 즉 서스펜션·모터·브레이크·스티어링이 하나의 모듈 안에 통합된다.
코너 모듈이 실현되면 자동차의 물리적 구조가 달라진다. 차체(플랫폼)의 네 귀퉁이에 코너 모듈을 장착하면 차량 한 대가 완성된다. 플랫폼은 배터리와 실내 공간만 담당하고, 모든 운동 기능은 네 개의 코너 모듈이 맡는다. 자동차 제조사(OEM)는 섀시 설계 부담을 줄이고, 동일한 플랫폼으로 다양한 차종을 전개할 수 있다.
이 개념이 만들어내는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이동 방식의 확장이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앞바퀴가 조향을 담당했다. 코너 모듈에서는 네 바퀴 각각이 독립적으로 조향할 수 있다. 이것이 크랩 워킹(게걸음 주행)과 피벗 턴(제자리 회전)을 가능하게 한다. 주차 공간이 차량 폭보다 조금만 넓어도 비스듬히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고, 좁은 공간에서 차가 제자리를 축으로 돌 수 있다.
보리스 메르겔 아우모비오 안전·모션(SAM) 사업본부 총괄은 "초기에는 자율주행 셔틀이나 도심 배송용 초소형 목적 기반 차량(PBV)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는 소형화를 통해 일반 승용차에도 탑재될 수 있도록 엔지니어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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