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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을 36년 움켜쥔 남자…하메네이는 누구인가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1 08:23

수정 2026.03.01 08:23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사진=연합뉴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이란을 36년간 이끌어온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6)의 사망설이 제기되면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하메네이가 분쟁 속에서 사망했다"고 선언했고,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도 미·이스라엘 공습 이후 그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 당국은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사망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는 1989년 이후 이슬람공화국 체제를 상징해온 인물의 퇴장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정치적 충격을 의미한다.

하메네이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급부상해 1989년 최고지도자에 올랐다.

그는 줄곧 미국과 서방을 불신했고, 국내 반대 세력을 강경 진압하는 한편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등 역내 대리 세력을 지원하며 영향력을 확장해왔다.

이란의 외교·안보 정책은 사실상 그의 승인 없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선출직 대통령과 의회가 존재하지만, 핵·미사일·대미 정책의 최종 결정권은 최고지도자에게 있었다. 성직자 통치 체제와 제한적 민주주의를 결합한 복합 권력 구조를 완전히 장악해온 인물이었다.

최근 몇 년간 그의 통치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고물가와 경제난으로 전국적 시위가 확산됐고, 올해 초에는 1979년 혁명 이후 가장 강력한 탄압이 이뤄졌다. "독재자에게 죽음을"을 외치는 시위대에 보안군이 발포하며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외부 환경도 악화됐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가자 전쟁이 촉발됐고, 이스라엘은 이란의 역내 대리 세력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약화됐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도 붕괴됐다. 이란의 중동 영향력은 눈에 띄게 축소됐다.

미국은 이란에 탄도미사일 포기를 요구했지만, 하메네이는 이를 "최후의 억지력"이라며 거부했다. 이러한 강경 노선이 결국 이번 공습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권 초기 그는 카리스마적 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후계자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명 당시 종교적 위계도 충분하지 않아 권위 행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 민병대를 중심으로 충성도 높은 안보 체계를 구축하면서 권력을 공고히 했다. 2009년 대선 부정 의혹 시위, 2022년 마흐사 아미니 사망 사건 이후의 대규모 시위 등 주요 위기마다 군·준군사 조직을 동원해 정권을 방어했다.

그의 권력 기반은 '세타드(Setad)'로 불리는 거대 준국영 재산 네트워크에도 뿌리를 두고 있다. 수백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 이 조직은 혁명수비대를 포함한 권력 기관에 자금을 지원하며 체제를 떠받쳤다.

하메네이의 사망이 확인될 경우, 후계 구도와 체제 안정 여부가 최대 변수로 떠오른다. 최고지도자직은 헌법상 전문가회의가 선출하지만, 실제 권력 균형은 혁명수비대와 성직자 엘리트 간 역학에 달려 있다.

문제는 외부 환경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압박,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갈등, 국내 경제난이 동시에 겹친 상황에서 권력 공백이 발생하면 체제 불안정성이 증폭될 수 있다. 반대로 강경파가 결집해 더욱 폐쇄적이고 공격적인 노선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6년간 이란을 상징해온 인물의 퇴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지도자 교체가 아니라 중동 질서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