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2300건대 발생...유의미한 감소 추세는 없어
"범죄 수익보다 손실 커야" 민·형사 처벌 강화 목소리
"범죄 수익보다 손실 커야" 민·형사 처벌 강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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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위조 상품 유통과 가짜 상표 부착 등 상표권 침해 범죄가 최근 5년 간 1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 수위에 비해 범죄 수익이 크다는 인식, 지식재산권 침해를 비교적 가볍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짝퉁과의 전쟁'이 장기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범죄 수익보다 적발 시 손실이 훨씬 크다는 신호를 제도적으로 분명히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높은 수익성과 낮은 죄의식 '원인'
1일 파이낸셜뉴스가 경찰청에 요청해 받은 '최근 5년 상표법 위반 발생 및 검거 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상표법 위반 발생 건수는 총 1만1517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검거 건수는 1만822건, 검거 인원은 1만2214명에 달했다.
위반 유형도 다양하다. 해외에서 위조 상품을 밀반입해 유통하거나 일반 의류·잡화에 유명 브랜드 상표를 무단 부착해 판매하는 행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가품 거래 등이 반복적으로 적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제작·라벨 부착·유통·판매가 단계별로 나뉘는 분업화 구조도 두드러진다.
지난 1월 서울 광진경찰서가 적발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해외에서 가짜 명품 시계와 운동화를 들여와 국내에 유통한 업자, 의류에 가짜 상표를 부착해 판매한 업자, 택배기사·시계 조립상·가짜 명품 라벨 판매상·자수 업체 사장 등이 줄줄이 검거됐다. 이들이 약 5년 간 위조 상품을 판매해 얻은 부당이익은 35억원대다.
이런 유형의 범죄가 줄지 않는 배경으로는 '높은 수익성'과 '낮은 죄의식'이 동시에 거론된다. 김경환 저작권 전문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의식(수준)이 낮아 절도보다 상표권 침해를 경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처벌을 강화해 상표법 위반 시 경제적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인식을 충분히 심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도 "상표법 위반은 살인, 강간 등 (사람의 생명·신체에 직접적 해를 가하는) 강력범죄와 달리 상대적으로 죄의식이 낮게 형성된다"며 "얻는 이익에 비해 처벌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범죄는 쉽게 줄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실제 현행 상표법은 위반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지만 양형 단계에서는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온·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며 해외 명품 브랜드 가방 모조품 등 38점을 1060여만원에 판매한 40대 자영업자는 초범이라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디지털 환경 확산 역시 범죄를 구조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위조 제품의 정교성이 높아진 데다 해외 직구와 국제 특송을 통한 다량 유입은 통관 단계에서 완전한 차단이 쉽지 않은 양상이다. 현행 상표법이 직접적인 침해 행위자에 대한 제재에 중점을 두고 있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부족한 점도 한 몫한다.
■경제 처벌과 기술적 대응 '동시에'
전문가들은 형사처벌 강화와 징벌적 손해배상 등 경제적 제재와 기술적 대응을 병행하지 않으면 범죄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신 교수는 "상표법 위반 시 적어도 10년 이하의 징역과 5억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상향하고, 배상액 수준을 손해액의 5배~10배로 책정하는 등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AI 기반 판별 시스템을 통관 단계에 적극 활용해 위조 상품을 사전에 걸러내고 적발 시 강력한 몰수·추징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온라인 플랫폼 책임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승우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등 온라인 환경에 특화된 상표권 보호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며 "소비자 피해 구제 절차를 보완하고 집단소송 등 실효적 구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플랫폼 입점 시 업체 검증을 강화하고 가품 유통과 관련해 플랫폼 사업자도 일정 부분 책임을 지게 한다면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짚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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