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불안이 장기화하는 국면에서 경쟁당국이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방식'이다. 공정위가 기업의 위법행위를 엄정하게 제재하는 기관으로 신뢰를 얻어온 배경에는 독립성이 자리한다. 특정 정권의 국정 기조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해왔다는 인식이 있었기에 '기업들의 저승사자'라는 별칭도 가능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행보는 질문을 남긴다. 특정 품목이 대통령의 발언과 맞물리면 즉각 조사에 착수하는 패턴이 반복될수록 공정위는 시장 감시자라기보다 '물가 대응 부서'처럼 비칠 위험이 커진다. 이는 단순히 기관의 이미지 문제를 넘어, 경제 참여자들의 의사결정과 시장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례적인 조사 속도와 심사보고서 송부 단계에서의 브리핑 역시 사건의 중립성과 방어권 측면에서 적절했는지 의문을 남긴다. 4개월이라는 기록적인 조사 속도는 효율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결론을 정해놓고 달린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더구나 심사보고서 발송 시점에 언론에 관련 내용이 공개되면, 시장의 반응이 전원회의에서 결정될 최종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는 정부의 한 부처이지만 동시에 준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정책 기조와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공정위의 독립성과 권위는 약화될 수 있다. 물가라는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경쟁당국의 존재가 특정 정책 목표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공정위가 '물가 대응 수단'이 아니라 '시장 질서의 심판'으로 자리매김할 때 그 판단과 제재는 설득력을 얻고, 권위와 신뢰는 확고해진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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