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케이블TV 정책 소외, 지역 소외 다름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2 18:11

수정 2026.03.02 20:35

황희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황희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1995년 출범한 케이블TV는 대한민국 미디어 산업의 다채널 시대를 열었다. 지상파 3개 채널이 전부였던 시절, 우리는 전문 채널을 통해 문화의 다양성을 확장했고, 지역채널을 통해 지방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케이블TV는 단순한 유료방송 플랫폼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공론장이자 생활 인프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지금, 케이블TV 산업은 존립의 기로에 서 있다. 이 위기는 개별 사업자의 경영 실패가 아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급속한 확장, 전국망 통신사 중심의 결합상품 구조, 그리고 플랫폼 간 불균형한 규제 체계가 만들어낸 구조적 재편의 결과다. 시장의 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뀌었지만, 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케이블TV에는 지역채널 운영, 재난방송, 선거방송 등 공적 책무가 그대로 부과돼 있다. 법적 지역방송 지위도, 재정적 보호 장치도 없이 의무만 남아 있는 기형적인 구조다. 공공성을 요구하면서 공공적 보호는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책이 아니라 방관에 가깝다.

과거 사례를 보면 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처했을 때 시장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지 않았다. 금융위기 당시 제2금융권의 연착륙을 위해 법적 지위를 재정비했고, 에너지 전환기에는 폐광지역 특별법을 통해 지역 경제 회생에 직접 개입했다. 통신 산업의 전환기에는 관리형 퇴출 모델을 통해 가입자 피해를 최소화했다. 산업 구조조정의 국면에서 국가는 언제나 책임 있는 선택을 해왔다.

케이블TV 역시 동일한 기준에서 다뤄져야 한다. 첫째, 지역채널을 방송법상 정식 '지역방송'으로 격상해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지역 공론장을 유지하는 매체라면 그에 상응하는 제도적 인정이 필요하다. 둘째, 적자 상황에 놓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대해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전면 감면 또는 지역방송 수준의 요율 적용이 필요하다.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지역 인프라를 유지하는 산업에 동일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셋째, 낡은 권역 규제를 재검토하고, 구조 개편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 시장이 재편된 상황에서 규제만 과거에 묶여 있다면, 그것은 공정 경쟁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불가피한 한계 사업자에 대해서는 정부 주도의 '관리형 퇴출' 체계를 법제화해야 한다. 1000만명이 넘는 가입자의 시청권은 어떤 경우에도 훼손돼서는 안 된다. 준비 없는 붕괴가 가장 큰 사회적 비용을 남긴다.

케이블TV는 지원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공정한 구조와 책임 있는 정책 결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시적 보조금이 아니라, 산업을 어떻게 재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판단이다. 지방 시대를 말하면서 지역 매체를 방치하는 것은 모순이다.
공공성을 요구하면서 제도적 보호를 외면하는 것 역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케이블TV를 낡은 산업으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지역 사회를 지탱하는 인프라로 재정립할 것인가. 국가의 책임 있는 결단이 시급한 상황이다.

황희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