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근 서울소방재난본부장
가스레인지 과열방지 의무화에
화재위험 구조적으로 낮아져
휴먼에러 전제로 예방책 세워야
가스레인지 과열방지 의무화에
화재위험 구조적으로 낮아져
휴먼에러 전제로 예방책 세워야
화재예방을 위한 그동안의 안전정책은 '주의'와 '홍보'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화재 현장을 오랜 시간 지켜본 홍영근 서울소방재난본부장(사진)은 화재 예방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간의 실수를 전제로 한 안전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 본부장은 최근 5년간 서울의 화재 사망 통계를 근거로 들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화재 사망자는 총 164명이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는 84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특히 2023년과 2025년에는 고령자 비율이 각각 58.3%, 55.8%에 달했다. 부주의로 인한 사망자도 같은 기간 57명이다.
홍 본부장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 도쿄의 경우에도 화재 사망자의 약 70%가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집중된다"며 "화재는 특정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고령사회와 도시 구조 속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2014년부터 국내에서 제조·판매되는 모든 가스레인지에는 과열방지센서 설치가 의무화됐다. 일정 온도에 도달하면 가스를 자동 차단하는 장치다.
홍 본부장은 "이는 '조심하라'는 경고가 아니라, 사용자의 실수를 기술로 보완한 사례"라며 "그 결과 가스레인지 화재 위험은 구조적으로 낮아졌고, 화재예방 기술의 적용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전기장판으로 인한 화재는 여전히 매겨울 반복된다. 2025년 한 해 서울에서 전기장판 관련 화재만 70건 발생했다. 자동 전원 차단, 일정 온도 제한, 장시간 사용 감지 등 예방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문제는 이런 장치가 여전히 '선택 사항'이라는 점이다.
홍 본부장은 "지금까지의 화재예방이 사용자 주의에 의존했다면, 앞으로는 휴먼에러를 줄이는 구조와 기술로 전환해야 한다"며 "안전기준도 사고 이후 책임을 따지는 최소 기준이 아니라, 사고 자체를 막는 기준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소방은 누구보다 사고의 결과를 먼저 마주하는 조직이다. 그렇기에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낀다. 홍 본부장은 "이제 화재예방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반복되는 부주의 화재와 고령자 사망을 줄이려면 개인의 주의력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고 마무리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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