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재판소원 도입 대혼란 우려
지금도 사건 처리에 2년 넘게 걸려
추가 접수될 재판 1만5000건 추산
미제 사건도 1335건… 꾸준히 쌓여
헌재는 앞선 대만 사례 근거로 들어
"초기만 잘 넘기면 안정화" 자신감
지금도 사건 처리에 2년 넘게 걸려
추가 접수될 재판 1만5000건 추산
미제 사건도 1335건… 꾸준히 쌓여
헌재는 앞선 대만 사례 근거로 들어
"초기만 잘 넘기면 안정화" 자신감
■사건 폭주 우려… 재판 마비 초래할 것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가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헌재법 개정안은 제68조 1항의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이라는 문구를 삭제해 법원 판결도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의 재판 △재판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절차를 위반한 경우 △재판이 헌법·법률을 어겨 기본권을 침해한 게 명백한 경우 등이 대상이다.
확정 판결 후 30일 이내에만 청구할 수 있도록 해 심리 범위를 일정 부분 제한했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제도 필요성과 별개로, 헌재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된다. 대법원은 앞서 "헌재에는 9명의 재판관과 70여명의 헌법연구관이 있는데, 연간 접수되는 사건 수는 약 2500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처리기간이 2년을 초과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대법원 판결 중 일부만 재판소원으로 이어져도 연간 1만5000건이 추가 접수될 수 있다는 게 사법부 주장이다. 이는 곧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한 헌재 소부가 연 4000건 안팎의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위헌법률심판 등 기존 사건 심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법조계는 우려한다.
이런 논리를 뒷받침하는 통계도 제시된다. 헌재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 사건은 3092건으로, 2020년 3241건 이후 최대치다. 이 가운데 헌법소원(헌마) 사건이 2445건으로 전체의 79%를 차지했다.
또 2024년 기준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은 724.7일로 2년에 육박했다. 같은 해 처리된 사건 중 2년을 넘긴 장기 사건도 357건(13.1%)에 달했다. 미제 사건은 2019년 1113건으로 처음 1000건을 넘긴 뒤 2022년 1672건으로 정점을 찍었고, 2024년 1401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1000건대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도 1335건의 미제 사건이 남았다.
본안 판단을 받지 못하는 사건 비율 역시 높다. 인용률은 2022년 3.3%, 2023·2024년 3.9%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4%로 급락했다. 2024년 기준 개소 이후 누적 통계를 보면 전체 사건 5만983건 중 각하가 3만5056건(68.8%)으로 가장 많았고, 인용·기각·위헌·헌법불합치·합헌 등 본안 판단이 내려진 사건은 1만4690건(28.8%)에 그쳤다.
■대만처럼 곧 안정… 인력 확충 관건
그러나 헌재는 2022년 재판소원을 도입한 대만 사례를 들어 초기에는 사건이 급증하더라도 점차 안정화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대만의 헌법소원 청구는 2021년 747건에서 2022년 4371건으로 급증했으나, 2023년 1359건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즉 제도 시행 초기 혼란만 넘기면 사법부의 주장만큼 장기적인 마비 상태는 오지 않는다는 논리다.
헌재는 재판소원 취지에 부합하는 사건에 집중하고 요건이 되지 않는 사건 상당수는 각하 처리하면 심리 부담을 관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무분별한 청구는 사전 선별 절차를 통해 걸러내고, 헌법적으로 의미 있는 판결에 대해서만 본안 심리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헌재는 헌법연구관과 심판 지원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전담 부서를 신설하면 제도 운영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 구제 범위가 실질적으로 확대되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입장도 내고 있다.
헌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질의에 "(재판소원 도입시 과부하 우려는) 인력 확보와 병행한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헌법연구관을 증원하고 남소를 방지하기 위한 지정재판부 심사 등 사전 선별 절차를 강화하면 심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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