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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반출'에 국내기업 비상... "망 사용료 협상서도 밀릴라" 긴장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2 18:31

수정 2026.03.02 18:30

정부, 고정밀 지도 조건부로 내줘
美 '디지털 규제 해제' 압박 세질듯
20년 넘게 막혀 있던 구글의 1대 5000 축척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이 조건부로 허가되면서 디지털 규제를 둘러싼 다음 쟁점이 망(網) 사용료 분쟁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군사·보안시설 가림 처리와 좌표 표시 제한, 국내 서버 가공 의무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허용'이지만 사실상 미국 정부의 통상 압박이 일정 부분 작용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지도 반출과 망 사용료는 그동안 미국 측이 한국의 대표적 '디지털 규제 장벽' 사례로 지목해온 사안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7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측량 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구글이 신청한 1대 5000 지도 반출을 조건부로 의결했다. 정부는 그간 군사·보안시설 노출 우려 등을 이유로 반출을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반출 대상은 기본 도로망과 바탕지도 등으로 한정됐고, 등고선 등 민감정보는 제외됐다. 데이터는 국내 법 적용을 받는 서버에서 가공·검증된 뒤 이전된다. 위성·항공 영상과 거리뷰에도 보안조치가 적용되며, 조건을 위반할 경우 허가를 중단·회수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됐다. 데이터 이동을 허용하되 통제권은 유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뜻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충분히 예상된 사안이나, 충격적이라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도 서비스를 검색·커머스·모빌리티와 결합해 자사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해왔다. 구글이 고정밀 지도 기반 기능을 고도화해 국내외 서비스를 연동할 경우 광고·로컬커머스·모빌리티 등 연관 영역 전반에서 경쟁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업계가 우려하는 지점은 정부의 정책적 기조 변화다. 고정밀 지도 반출은 그동안 미국 측이 한국의 대표적 디지털 규제 사례로 문제를 제기해온 사안이다. 미국 정부는 온라인플랫폼법 추진과 자국 기술 기업에 대한 망 사용료 부과 논의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해왔고, 무역법 301조 조사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통상 변수로 부상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후속 의제에 주목한다. 지도 반출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글로벌 플랫폼 규제의 또 다른 축인 망 사용료 논의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망 사용료는 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이 국내 통신망을 통해 대규모 트래픽과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망 투자비용 분담에는 소극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반면 미국은 이를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도 반출과 망 사용료는 그동안 한미 디지털 통상 이슈의 양대 축으로 거론돼왔다.
이번 결정으로 하나의 고리가 풀린 만큼 남은 쟁점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