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역할 못하는 금융지주 이사회
CEO와 사외이사 서로 임기 보장
반대할 만한 안건 아예 안올리기도
당국TF, 의사록 공시 강화에 무게
토론과정 '다른 목소리' 공개 검토
이사회 판 흔들 '메기' 역할 기대
CEO와 사외이사 서로 임기 보장
반대할 만한 안건 아예 안올리기도
당국TF, 의사록 공시 강화에 무게
토론과정 '다른 목소리' 공개 검토
이사회 판 흔들 '메기' 역할 기대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거수기' 논란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 이사회의 수많은 안건이 반대표 없이 통과되면서 금융권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왔다.
금융지주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유명무실화된 이유 중 하나로 경영진과의 이해관계가 꼽힌다.
사외이사가 대학교수 출신들에 편중되면서 금융 경쟁력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3년간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가운데 현직 교수가 줄곧 15명을 유지하고 있다. 비중으로는 47~50%에 해당한다.
이사회가 경영진의 '찬성 거수기'로 전락하며 중요 논의에서 이사회가 '패싱'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2020년 자회사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에 2000억원을 투입해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이사회나 리스크관리위원회 등의 의사결정 절차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금지원을 결정한 다음 '요식행위'로 이사회에 형식적인 보고를 했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도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가 이사회에 제때 보고되지 않아 후속조치가 늦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사회에 '반대'할 만한 안건을 올리지 않는 금융권의 관행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공식적으로 이사회에 상정되기 전까지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묻고, 반대의견은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찬성밖에 나올 수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지주의 한 사외이사는 "이사회를 열기 전에 사전설명회를 하면서 사외이사들이 의견을 많이 낸다"며 "최종 안건에는 사외이사들의 의견이 반영돼서 올라온다"고 전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반대표가 많아서 결국 통과되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고 인식되기 때문에 합의하는 과정을 사전에 거친다"고 말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일반 상장기업에 비해 금융지주 이사회가 무의미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원장은 "현대차, 삼성전자 등 상장사들의 의사록을 보면 생존이 걸려 있다 보니 이사회가 하루 종일 이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진다"며 "금융사들은 인허가를 받아 영업하는 비교적 안전한 사업이라는 속성 때문인지 위기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이 이사회 의사록을 더욱 자세하게 기록해서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금융의 공적 기능을 고려해 치열한 토론과정을 기록하고, 반대 의견을 남겨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사회 논의과정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메기'를 공개하는 자체만으로 '거수기'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상세한 논의 내용을 의사록에 명확하게 남기면 사외이사들 변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금융당국은 사외이사 3년 단임제 또는 2+1 임기제,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성과평가를 진행해 보수를 차등화하는 방안과 시차임기제 및 임기 차등부여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CEO와 사외이사 간의 임기 시차를 조정해 겹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은 '참호 구축' 방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zoom@fnnews.com 이주미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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