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뉴욕 금융 시장에 우려했던 패닉을 몰고 오지 않았다. 유럽 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뉴욕 시장은 비교적 차분했다.
무엇보다 뉴욕 금융 시장에서는 안전자산 회귀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이런 역설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국채수익률 4% 회복
시장 무게 중심이 안전자산으로 쏠리면서 국채 가격이 뛰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하락할 것이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기준물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0.094%p 뛴 4.056%로 올랐다.
장기 금리 기준이 되는 30년 만기 수익률도 0.067% p 상승해 4.70%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 금리 전망에 좌우되는 2년물 수익률은 0.117%p 급등한 3.496%로 치솟았다.
지정학적 갈등은 통상 안전자산 선호를 부추겨 미 국채 수요를 끌어올린다. 가격은 오르고, 수익률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럽 증시는 나라별로 2% 안팎 하락했지만 뉴욕 증시 역시 큰 혼란 없이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혼조세를 보였다.
전쟁의 역설
예상과 달리 안전자산인 국채 수요가 저조한 것은 유가 폭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가, 가스 가격이 이날 폭등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사라진 셈이다. 외려 인플레이션에 속도가 붙으면 금리 인상으로 전환해야 할 수도 있다.
재정적자가 불어나면서 국채 발행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더해졌다.
이번 이란 전쟁은 과거와 달리 영국 등 우방의 지원 없이 미국이 거의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다. 막대한 전비를 홀로 감당해야 하고, 이에 따라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중에 국채가 쏟아지면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오른다.
에너지 가격 급등
주식, 채권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타르 천연가스 공급 중단 같은 악재가 중첩된 에너지 시장은 요동쳤다.
국제 유가 기준유종인 브렌트유는 5월 인도분이 전장 대비 6.6% 급등한 배럴당 77.74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유가 기준유종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4월물이 6.2% 급등해 배럴당 71.22달러로 치솟았다.
천연가스도 올랐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 가격이 장중 50% 넘게 폭등했고, 미 천연가스도 3.4% 뛰었다.
세계 최대 LNG(액화천연가스) 수출국인 카타르는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고조되자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카타르는 유럽과 한국 등에 중요한 LNG 공급원이다. 한국 LNG 공급 20%가 흔들리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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