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HR 체질 개선 없는 정년 연장은 재앙"… 경총, 재고용 중심 계속고용 전략 제시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3 11:00

수정 2026.03.03 11:00

일률적 정년 연장 부작용 경고
청년고용 축소·이중구조 심화
조직문화 재설계 병행 필요해
2026년 마포구 노인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청에서 박람회를 찾은 노인 구직자들이 취업 상담을 하는 모습. 뉴시스.
2026년 마포구 노인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청에서 박람회를 찾은 노인 구직자들이 취업 상담을 하는 모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임금체계 개편이 수반되지 않는 일률적 정년 연장이 실현될 경우 사회 전반에 위험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청년고용이 축소시키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증가시켜 대·중소기업간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성과 중심 인사체계 개선 필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기간행물 '임금·HR연구' 상반기호를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 '고령자 계속고용 시대, HR 재설계 전략'을 주제로 한 이번 보고서는 재고용 중심의 단계적 계속고용과 인사체계 전반의 체질 개선을 핵심 대안으로 제시했다.

우선 주제발표를 맡은 최현진 콘페리 시니어파트너는 "경직된 고용구조와 연공적 보상체계가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상황에서 인사관리(HR) 체질 개선 없는 정년 연장은 고령화 시대에 더 큰 재앙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성과 중심 보상, 타이트한 승진 검증, AI 시대 적합 인력 리스킬링 등 인사체계 전반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직무별 임금 차등이 어렵다면 성과 차등(Profit sharing)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는 것이 최 시니어파트너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소현 퍼솔 코리아 전무는 노동시장 성격이 다른 일본과 싱가포르 모두 재고용 모델이 주류가 된 이유로 "인건비 관리 유연성, 직무 재설계 가능성, 세대 간 역할 분담이라는 세 요건을 동시에 충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무에 따르면 일본은 기업에 정년연장·재고용·위탁 등 복수의 선택지를 부여하는 점진적 방식을, 싱가포르는 법제화와 함께 임금·직무 전면 재협의 유연성을 보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구체적 사례로는 시니어 원격 지도로 신입사원 적응기간을 37.5% 단축한 일본의 '토큰', 시니어에게 규정 준수 업무를 전담시켜 정확도를 높인 싱가포르의 'DBS 은행' 등이 소개됐다.

김 전무는 "일본식 점진적 접근(단계적 의무화)과 싱가포르식 유연한 재고용 모델(임금·직무 재설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재고용 전략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계속고용 최대 걸림돌 '호봉제'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오랜 기간 국내 제조업 전반을 지배한 호봉제 중심의 연공급 체계가 구조적 제약요인이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상훈 TCC스틸 이사는 국내 철강업계 6개사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가 정년 60세를 유지하며 1년 단위 촉탁 재고용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계속고용의 가장 구조적 제약은 호봉제 중심의 연공급 체계"라며 "계속고용을 실질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성과와 역할에 기반한 합리적 보상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상현 삼정KPMG P&C 이사는 연공급 체계에서 정년 전 임금이 기준점으로 작동하는 한 변화가 어렵다며, 재고용을 새로운 계약으로 보고 기존 임금 기준과 분리된 보상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이사는 새로운 보상기준으로 △보상사슬의 연속성을 끊어내는 '디커플링' △성과에 따른 보상의 변동성을 높이는 '가변성' △현금보상의 한계를 비금전적 가치로 상쇄하는 '가치교환' 등을 제시했다.

이수영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특임교수도 "우리나라의 산업, 업종 및 개별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노사가 재고용, 정년 연장 및 정년 폐지 등의 고용형태 중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년 연장의 경우 반드시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하도록 법률에 구체적 규정을 둬야 한다고 짚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연공 중심 인사·임금 관행과 경직된 역할 분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HR 체계의 신속한 재설계가 요구된다”며 "정년 연장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확산 등 노동시장 여건이 조성되는 추이를 보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