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권 독립 그 자체가 목적 아냐..법관의 특권도 아냐"
"국민 신뢰 얻을 때 사법권 독립도 실현"
"국민 신뢰 얻을 때 사법권 독립도 실현"
[파이낸셜뉴스] 노태악 대법관이 3일 퇴임사를 통해 "정치의 사법화는 지금처럼 양극화된 사회에서 결국은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노 대법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진행된 퇴임사를 통해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안을, 사법부로 가져오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사법의 결론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어느 한쪽의 비난과 공격을 피해 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그 가운데서도 법관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36년 법관으로서의 삶에 대해 회고하며 그는 "'좋은 결론'과 '맞는 판결'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했다"며 "좋은 결론을 찾아 가면서도, 그것이 맞는 판결인지 드물게 그 차이와 간극을 느낄 때면, 당혹스러움과 고민으로 밤잠을 설칠 때도 없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판결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라고 한다"라며 "그렇지만 법률의 해석에는 사법의 본질이라는 뛰어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법부의 독립과 국민신뢰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법부의 디딤돌은 사법권의 독립과 국민의 신뢰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사법권의 독립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법관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나 혜택은 더욱 아니다"고 했다.
이어 "오직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장함으로써 법치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해 궁극에는 국민의 법적 평화와 행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사법권의 독립은 그 자체를 추구한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은 아니고,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함께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때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발달에 따른 사법부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 대법관은 "머지않아 인공 일반 지능(AGI)이 등장하고 이른바 특이점을 넘는 지점에서, 인류는 인공지능과 동반자적인 관계를 새로 설정해야 할지모른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사법의 중심에는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한 법관의 통찰력이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법관으로서)지난 6년은 부족하고 불민한 능력으로, 아파도 아프다고 느낄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 것 같다"며 "우연히 책장에서 본 어느 책 제목처럼 ‘모든 삶은 서툴다’라는 말은 스스로의 모자람에 대한 위로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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