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1조3천억 자율배상했는데 또 과징금이라니…" 억울한 은행들

서지윤 기자,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3 18:14

수정 2026.03.03 18:14

홍콩ELS 과징금 이중제재 논란
손실 투자자 대부분에 배상 집행
전액배상 요구하는 2.8%만 남아
4일 금융위 안건심사소위에 촉각
은행 "자체 노력한만큼 감경 기대"
"1조3천억 자율배상했는데 또 과징금이라니…" 억울한 은행들

금융당국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 부과를 두고 은행권에선 '이중 제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 대부분에게 자율배상이 이뤄졌음에도 자율배상 규모와 비슷한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은 올해 1월까지 H지수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배상을 진행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 가운데 자율배상에 동의한 97.2%의 고객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은행들은사실상 전원에 가까운 자율배상이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6월까지 1865억원을 배상한 데 이어 추가 집행으로 1907억원까지 늘었다.

자율배상에 동의하지 않은 2.8%의 투자자들은 현재 소송 중이거나 소송을 준비 중인 고객으로 알려졌다. A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고객은 자율배상을 통해 피해 회복 절차를 마무리한 상태"라며 "남은 일부는 전액 배상을 요구하지만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법원의 판례가 은행 손을 들어주고 있어 전액 배상을 얻어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이 은행권의 판단이다.

올해 1월 16일 서울중앙지법 제22민사부는 H지수 ELS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가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재판부는 은행이 과거 20년 지수 변동자료 및 수익률 모의실험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도 은행이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는 "장래 지수 변동에 따른 손익을 가늠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투자자 책임"이라고 적시됐다.

앞서 국민은행도 홍콩H지수 ELS 손실 책임을 둘러싼 부당이득금 소송 1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투자자가 제기한 1억5000만원 손실 반환 청구를 법원이 기각한 것이다. "은행이 적절한 설명 의무를 이행했고, 투자자 본인이 과거에도 비슷한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는 이유다.

은행권은 이 같은 판례들을 근거로 남은 소송에서도 전액 배상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추가 소송도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적극적으로 배상에 나선 만큼 과징금도 감경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B은행 관계자는 "자율배상 동의율이 97%를 넘어 대부분 배상이 끝난 상황"이라며 "금융당국도 은행의 자발적인 배상 노력을 감안하겠다고 한 만큼 추가 감경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자발적 배상 노력을 감안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과징금을 기존 2조원대에서 1조4000억원대로 감경한 바 있다. 피해 규모 대비 자율배상 규모가 컸던 NH농협은행의 경우 과징금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가 과징금 규모를 확정하기 위해 4일 안건심사소위원회를 열 예정인 가운데 금융사의 자율성 보장 문제도 ELS 불완전판매 판단의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은행권이 '표준투자권유준칙'을 근거로 "자율배점 기준상 부적합 투자자가 아니었다"며 금감원의 부적합 판매 판단을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표준투자권유준칙 모범규준'은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2009년 제정한 준칙으로, 고난도 상품 판매과정에서 금융사의 자율성을 넓게 인정하고 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