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의 K컬처 붐에 힘입어 한국을 찾는 해외 방문객 수는 연간 2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목표로 내걸고 있고, 국가관광전략회의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등 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우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관광이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변화임에 틀림없다. 한편 세계 유명 관광도시들은 관광객의 과도한 유입으로 인한 '오버투어리즘'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교토시는 최근 숙박세 인상이나 교통요금 차등 적용 등 관광객 수 억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관광객이 지나치게 몰릴 경우 가장 먼저 체감되는 변화는 서비스 질의 저하다.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노동 강도는 높아지지만, 개별 관광객에게 제공되는 배려와 응대의 밀도는 자연히 낮아진다. 또한 인파가 집중되면 이동의 불편과 긴 대기시간이 일상이 되고, 기대했던 관광 경험의 만족도가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경험들이 반복되면 매력 저하와 방문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관광객이 많을수록 장기적으로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잃을 수 있다는 역설이 나타나는 것이다.
'디마케팅(de-market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흔히 마케팅을 수요 확대를 위한 전략이라고 생각하지만, 디마케팅은 의도적으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마케팅이다. 충분한 잠재수요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명품 브랜드들이 공급량과 가격, 접근성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단기적인 판매 확대가 희소성과 차별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량을 늘리는 것보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과 이미지를 지키는 일이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를 만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관광의 중요성은 그 효과가 관광산업 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광지에서의 경험과 기억은 재방문 여부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그 나라와 도시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긍정적인 경험은 해당 국가의 기업과 제품, 나아가 그 지역 출신 사람들에 대한 호의적인 인식을 이끌어낼 수 있다. 반대로 혼잡과 불친절의 기억은 보이지 않는 부정적 바이어스로 작용해 관광을 넘어 경제와 사회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교토의 사례는 단순히 관광객 수를 줄이려는 시도라기보다는, 관광을 통해 형성되는 도시와 국가의 이미지를 지키려는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성숙한 도시는 더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는 도시가 아니라 방문한 이들에게 좋은 기억과 경험을 남길 수 있는 도시일 것이다.
이 문제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를 던진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상당수가 서울에 집중돼 있는 구조는 관광산업의 장기적 균형발전을 위해 개선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 관광의 성과를 방문객 수라는 단순한 지표로만 평가하기보다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 찾아온 이들에게 어떤 도시와 국가로 기억되고 싶은지, 다시 말해 목적지 브랜드(destination brand)로서의 포지셔닝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용훈 일본 도시샤대학 상학부 학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