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중동전, 美 관세 삼중고
여야, 싸우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
여야, 싸우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
세계 경제가 복합 리스크에 둘러싸여 홍역을 앓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4년째 접어들었지만 종전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유럽의 지정학적 긴장이 여전한 가운데 중동에서는 이란 사태의 발발로 새로운 불씨가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공세가 더해지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의 앞길이 밝지 않다. 동시다발적 경제위기가 몰려드는 와중에 해결 가능한 난제들을 하나씩 풀어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하려면 글로벌 통상의 불확실성부터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경제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기업들은 복합 리스크가 겹겹이 쌓인 시점에선 섣불리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이 가운데 기업들의 이익과 직결된 최대 사안은 대미 관계다. 미국과의 경제 관계에서 불필요한 마찰 하나라도 줄이는 것이 기업과 국익 모두에 이롭다.
그러나 미국 내 통상환경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달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한숨을 돌리나 싶었지만, 상황은 오히려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법안 등을 통해 기존 관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특정 국가와 품목에 선별적인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반도체·자동차·의약품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주력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물론 대미투자 확대가 국내 산업 공동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무시할 순 없다. 아울러 우리 기업과 국익에 큰 이익이 되는지도 따져봐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지금의 선택지는 '미국 관세 리스크를 안고 가느냐, 협상으로 풀어 가느냐'의 문제로 좁혀지고 있다.
관세장벽이 높아지면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무너지고, 그 피해는 국내 일자리와 투자 위축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이 법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우리 기업들의 대미투자 협상력은 더욱 떨어질 우려가 크다. 한국 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실익은 그만큼 줄어든다.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때는 그만큼 더 정교하고 다각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러·우 전쟁, 중동 사태, 미국 관세까지 대외악재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이다. 그래도 대미투자법은 우리가 풀어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마저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러잖아도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기업들은 설비투자, 고용, 해외진출 등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리기조차 어려운 국면이다. 국회가 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지언정 발목을 잡지는 말아야 한다. 국회는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인 9일을 넘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계속 미적댄다면 협상력만 약화시킬 수 있다. 다른 이슈로 싸우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아니면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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