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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거수기' 역할 여전한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3 19:12

수정 2026.03.03 19:12

3년간 안건 반대 비율 0.3% 그쳐
경쟁력 높이려면 견제 역할 다해야
8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활동 내역을 조사한 결과 전체 결의안건 885건 가운데 반대표를 행사한 안건은 3건(0.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관련 특별점검을 실시하기로 해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활동 내역을 조사한 결과 전체 결의안건 885건 가운데 반대표를 행사한 안건은 3건(0.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관련 특별점검을 실시하기로 해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지주회사의 사외이사들이 '찬성 거수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본지가 2022~2024년 8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활동 내역을 조사한 결과 전체 결의안건 885건 가운데 반대표를 행사한 안건은 3건(0.3%)에 그쳤다.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견제하며 주요 안건에 대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의견을 내야 할 책무를 사실상 방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실은 임기가 겹치는 최고경영자와 사외이사가 서로의 임기를 보장해주는 암묵적 구조 속에서 이사회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는 안건이 있어도 사전설명회를 통해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실제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된다.

무엇보다 금융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들로 사외이사진이 구성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애초에 전문적 검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거수기 사외이사 체제로는 건전성 관리가 핵심인 금융회사의 리스크를 사전에 걸러내기 어렵다. 실제로 한 대형은행은 2020년 자회사인 인도네시아 은행에 2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른 금융사 역시 전임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 사고가 이사회에 제때 보고되지 않아 후속 대응이 지연됐다. 이사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문제는 금융지주 이사회 구조 전반이 경직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의 이사회는 일반 상장기업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 기업연구소가 올해 주요 기업 신규 사외이사의 전문 분야를 분석한 결과 기술 분야 전문가 비중은 20.7%로 1년 전보다 4.5%p 증가했다. 재계 출신 비중이 늘고 관료 출신 비중은 줄어드는 변화도 뚜렷했다. 글로벌 생존경쟁에 내몰린 기업들이 기술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토대로 한 조언을 적극 수용하는 것과 달리 금융지주사들은 여전히 쓴소리에 인색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금융시장은 디지털 전환과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내부통제에 실패한 회사는 소비자의 신뢰를 잃고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 금융지주들이 예대마진과 같은 안정적 수익구조에 안주한 채 혁신을 외면한다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현재 금융당국은 최고경영자와 사외이사의 임기를 분리하는 등 독립성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독립성에 더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
당국은 형식적 요건 점검을 넘어 이사회 운영의 실효성을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문제 발생 시 책임을 분명히 묻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금융지주사 역시 지배구조 개선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사외이사가 견제와 혁신의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금융산업의 경쟁력도 함께 살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