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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에 명품도 타격…"마지막 보루 중동이 전쟁터로"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4 05:38

수정 2026.03.04 05:38

[파이낸셜뉴스]

명품 업체들도 이란 전쟁으로 중동이 화약고가 되면서 수요 부진 우려에 따른 주가 급락에 직면했다. 사진은 2012년 4월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의 에르메스 매장. AFP 연합
명품 업체들도 이란 전쟁으로 중동이 화약고가 되면서 수요 부진 우려에 따른 주가 급락에 직면했다. 사진은 2012년 4월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의 에르메스 매장. AFP 연합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성장하던 명품 시장이 약세로 돌아선 가운데 마지막 보루이던 중동 시장마저 타격을 입으면서 명품 업체들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가뜩이나 약세를 보이던 주가가 이란 전쟁으로 급락했다.

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세계 최대 명품 재벌 프랑스 모에헤네시 루이뷔통(LVMH), 구찌 브랜드를 소유한 케링, 영국 버버리 등 주요 명품 업체 주가가 2일과 3일, 단 이틀 동안 10% 가까이 폭락했다. 같은 기간 유럽 시황을 반영하는 스톡스유럽600지수는 그 절반 수준인 약 4.6% 하락했다.

전쟁으로 중동 시장 타격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명품 업체들에 직격탄을 날렸다.



‘캐시 카우’ 역할을 하던 중국 시장이 경기 둔화 속에 침체된 가운데 명품업체들을 먹여 살리던 ‘유일한 희망’ 중동 시장마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간 탓이다.

모닝스타 애널리스트 옐레나 소콜로바는 “중동은 (명품 업체들에는) 몇 안 되는 ‘밝은 곳(bright spot)’이었다”면서 “비록 협소한 곳이지만 매우 활기 넘치는 지역이었다”고 운을 뗐다. 소콜로바는 그러나 지금 이 지역이 전쟁터가 됐다고 지적했다.

전쟁, 명품 몰락 촉발하나

번스타인의 루카 솔카 애널리스트는 중동 지역 내 전쟁은 명품 업체들에 그 지역 시장 둔화보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의 에너지 공급원인 이곳이 전쟁터가 되면서 석유, 천연가스 생산과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고, 이 때문에 세계 경제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은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성장 둔화를 동시에 몰고 올 수 있다. 세계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솔카는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걸프 지역의 석유와 가스 공급이 흔들리고, 이렇게 되면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위험이 높아진다”면서 “명품 같은 재량적 소비재 부문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명품 소비의 바탕 ‘정서’

RBC 캐피털마켓은 2일 분석 노트에서 ‘기분 좋은(feel-good)’ 정서가 명품 소비에서 중요하다며 이란 전쟁이 이 핵심 요인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소비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RBC는 “명품 수요는 긍정적인 소비자들의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건설적 전망에 의존한다”면서 “정서에 민감한 품목”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갈등, 충격, 불확실성, 공포는 이런 의미에서 명품에 도움이 안 되며 수요에 단기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에르메스의 저력

명품 업체들 주가는 올해 고전하고 있다.

케링은 구찌의 부진으로 지난해 12.5% 하락한 데 이어 올해 28% 넘게 급락했다.

버버리는 22%, LVMH는 16% 가까이 급락했다.

이들은 스톡스유럽6000지수의 올해 낙폭 7.4%를 크게 웃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흐름에서 살짝 비켜선 곳은 ‘명품의 명품’이라는 별명이 있는 에르메스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주가가 18.6% 상승해 스톡스유럽600지수 상승률 11.3%를 웃돌았다. 올해에도 낙폭은 8.2%로 높지 않다.


슈퍼부자들을 고객으로 하는 에르메스가 중산층을 대거 고객층으로 편입한 다른 명품 업체들에 비해 외부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이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