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른바 '사법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두고 "갑작스러운 대변혁이 국민에게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심사숙고해달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마지막으로 사법 3법이 처리된 이후 처음으로 밝힌 조 대법원장의 입장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여권에서 나오는 사퇴 압박 속에서도 당장 사법부를 떠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며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고, 개선해나가야 되는 점은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국회 입법 활동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사법부는 어떤 경우에도 헌법이 부과한 사항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른바 '사법 3법'을 추진하는 이유로 사법부의 신뢰를 꼽는 것에 대해 "객관적 지표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실제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하는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제안 이유에는 "상고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심화하고 있다"며 "대법관 수를 증원함으로써 대법원의 심리 충실성과 사회적 신뢰를 제고하고,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과 법치주의 실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원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 위원장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재판소원 도입이 사법 신뢰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에 대한 반박 근거로 최근 갤럽 등 여론조사기관의 신뢰도 조사 결과와 월드 저스티스 프로젝트(세계사법정의프로젝트·world justice project)의 법치주의 질서 조사 결과를 들었다.
그는 "근래 세계 여러 나라, 심지어 국제기구와 국제기관에서도 대한민국 사법부를 배우려 하고, 교류·협력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며 "(사법부의) 신뢰도가 낮다고 하지만 갤럽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미국의 경우 법원에 대한 신뢰도가 35%인 반면, 우리나라는 47%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법제도라는 것의 국민 신뢰는 국민의 기대 수준이 반영되는 것이어서 객관적 지표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며 "외국기관 평가 결과, 우리나라는 민사재판 제도에서 항상 최상위권을 차지해 왔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결과에) 만족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제도를 평가할 땐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보고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너무 우리 제도를 근거 없이 깎아내리거나 법관들에 대해서 어떤 개별 재판을 두고 악마화하거나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앞으로 국회에 대해 어떻게 소통할지 묻는 말에 "지금까지 해왔듯 대법원이 할 수 있는 내용을 전달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 대법원장은 또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법 3법에 대한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것으로 해석해도 될지 묻는 말에는 "법관들이 다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께서도 조금 더 기다려달라"며 "부족한 부분은 계속 개선하고 시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조 대법원장의 '작심 발언'에 대해 법원 안팎에서는 사법 3법으로 인해 사법부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사퇴 압박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사법부 본연의 업무를 강조하면서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수도권 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현실적으로 국회 입법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해도 입법 강행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계속 (대법원장) 직을 유지해 주는 것이 사법부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연일 사법부에 가해지는 압박감을 보면서 무력감이 많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결국 '재판'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놓을 순 없지 않겠냐"며 "사법 신뢰 회복하기 위한 내부적인 노력을 우회적으로 짚어준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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