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특검 수사 종료 D-1…공소유지 체제로
관봉권 의혹은 아직까지 기소 없어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수사한 상설특검이 오는 5일 수사 기한 종료를 앞두고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차장검사를 기소했다. 특검은 이들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담당 검사의 결정권을 침해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수사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이었던 쿠팡과 검찰 지휘부 간의 구체적인 유착 정황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절반의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지난달 27일 엄 전 지청장과 김 전 차장검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엄 전 지청장에게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죄도 적용됐다.
특검은 부천지청 지휘라인을 기소하기에 앞서 지난달 3일,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전 대표와 정종철 현 대표, CFS 법인을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쿠팡CFS는 지난 2023년 5월께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퇴직금 지급 규정이 담긴 취업규칙을 변경해 퇴직금 성격의 금품을 체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고용 당국은 쿠팡CFS를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사건을 부천지청으로 송치했지만, 부천지청은 일용직 근로자들의 상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부천지청 부장검사였던 문지석 검사는 엄 전 지청장 등이 사건에 개입해 부당한 처분이 내려졌다고 폭로했고, 이에 상설특검이 꾸려졌다.
특검은 2개월간 쿠팡CFS 관계자, 일용직 근로자 등을 불러 조사했고, 결국 "피의자들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다수의 증거자료를 확보했다"며 검찰의 불기소 결론을 뒤집었다.
특검은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해서 쿠팡CFS가 당시 일용직 근로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외부 법률 자문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퇴직금 지급기준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시행한 점을 문제 삼았다. 또 근로자의 상용성과 관련해서는 쿠팡CFS 측이 일용직 근로자들을 사실상 상용직처럼 관리해 왔다는 근로자들의 진술에 집중했다.
부천지청이 쿠팡CFS를 무혐의 처분한 판단이 잘못됐다고 본 특검은, 부천지청 지휘부가 주임검사의 처분 과정에 개입한 정황까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끝내 지휘부가 무리한 불기소를 강행했는지에 대한 '동기'는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김 전 차장검사와 쿠팡 측 대리인인 김앤장 변호사의 친분이 부천지청 불기소 결정의 동기가 되었는지 등도 조사했으나, 이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소된 엄 전 지청장과 김 전 차장검사는 이 부분을 들어 특검의 기소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엄 전 지청장은 기소 후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측과 유착된 것이 없고, 사건을 왜곡할 아무런 동기도 없었다"며 "당시 주임검사도 주위 동료들에게 '내가 봐도 무혐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항변했다.
김 전 차장검사 또한 입장문을 내고 "직권남용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동기'는 밝히지 못한 채, 자신들과 다른 결정을 내렸으니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며 특검을 비판했다.
또 수사 도중 인지한 쿠팡과 고용노동부 간 유착 의혹도 처리 방향이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의혹은 2024년 고용노동부 일선 지청이 쿠팡CFS의 퇴직금 미지급 진정 사건을 수사하던 중 법무법인으로부터 '취업규칙 변경이 퇴직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자문서를 받았으나, 의도적으로 일선 청에 공유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쿠팡이 방대한 대관 조직을 활용해 고용노동부의 업무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의심한 특검은 고용노동부 직원들을 소환하며 수사를 확대했으나,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관계자 대부분은 피의자로 전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수사 기한 내에 부천지청 지휘부, 고용노동부와 쿠팡 간 유착 관계 등을 밝혀낼지 특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특검은 수사 종료를 하루 앞둔 이날까지 관봉권 띠지 분실 의혹에 대해서는 관련자를 한 명도 기소하지 않은 상태다.
관봉권 띠지 분실 의혹은 서울남부지검이 2024년 12월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자택에서 확보한 현금 1억6500만원 중 5000만원을 감싸고 있던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를 분실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관봉권은 현금 다발을 전용 띠지와 봉인 스티커로 포장한 신권 묶음을 말한다. 한국조폐공사가 한국은행에 신권을 인도할 때 사용하는 방식으로 일반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와는 구분된다.
일반인에 불과한 전씨의 자택에 관봉권이 있었던 이유와 그 출처를 확인할 핵심 증거였음에도, 검찰이 이를 보관하다 분실했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특검은 이에 당시 남부지검 지휘부와 담당 수사팀, 압수물을 보관했던 수사관들을 불러 분실 경위와 고의 분실 여부 등을 조사했으나, 관계자들은 띠지 폐기를 지시하거나 지시받은 적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도 감찰을 실시한 결과 관봉권 띠지 분실이 수사관들의 실무상 과실이라고 판단한 바 있는데, 특검은 마지막까지 고의성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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