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자사의 대표 사모대출 펀드 BCRED에서 투자자들이 전체 지분의 7.9%에 해당하는 환매를 요청했으며 약 38억 달러(약 5조6000억 원) 규모 요청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는 펀드 역사상 최대 환매 규모다.
블랙스톤은 기존 공개매수(tender offer) 규모를 펀드 지분의 7%까지 확대하고 나머지 0.9%는 회사와 임직원이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환매 요청을 처리할 예정이다.
환매 압력으로 펀드 자산을 급히 매각하는 상황을 피하면서 투자자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면 된다. BCRED의 총 운용자산은 레버리지를 포함해 약 820억 달러다.
이번 환매 확대는 사모대출 시장 전반에 퍼지고 있는 불안 심리를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모대출은 은행 대신 자산운용사가 기업에 직접 대출을 제공하는 시장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 강화로 은행 대출이 줄어들면서 급속히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AI 확산으로 일부 차입 기업의 사업 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특히 사모대출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높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AI로 인한 구조 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UBS 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AI로 기업 환경이 급격히 변화할 경우 사모대출 시장의 부도율이 최대 15%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통상적인 사모대출 부도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아시아 자산관리 플랫폼 엔도우스의 최고투자책임자 휴 청은 블룸버그에 "최근 사모대출 시장의 약한 투자 심리를 고려하면 BCRED 환매 요청은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특정 운용사의 문제가 아니라 자산군 전체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다른 운용사에서도 자금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블루아울캐피털의 기술 중심 사모대출 펀드에서는 최근 분기 순자산의 약 15%에 달하는 환매가 발생했다. 일부 펀드는 환매를 중단하고 자산 매각을 통해 투자자 자금을 돌려주고 있다.
사모대출은 최근 개인 투자자들에게까지 판매가 확대되면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졌다. 하지만 이러한 상품은 구조적으로 완전한 유동성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장 불안이 커질 경우 환매 압력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랙스톤의 사모대출 전략 책임자인 브래드 마셜은 "투자자들은 100% 유동성을 기대하고 이런 상품을 사서는 안 된다"며 사모대출 상품의 구조적 특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사모대출 시장이 지난 10여 년 동안 급격히 성장하면서 일부 영역에서 위험이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오크트리 캐피털의 하워드 막스 공동 창업자는 최근 "시장 곳곳에서 작은 '진동(tremors)'이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위험 신호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블랙스톤 환매 확대가 단순한 개별 펀드 문제가 아니라 사모대출 시장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AI가 산업 구조를 빠르게 바꾸는 과정에서 기업 대출의 신용 위험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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