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미 잠수함 어뢰 격침…쿠르드 지상전 가능성에 전쟁 확전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5 11:36

수정 2026.03.05 11:3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백악관 단지 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열린 에너지 관련 좌담회에 참석해 ‘전기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백악관 단지 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열린 에너지 관련 좌담회에 참석해 ‘전기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과 이란의 중동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엿새째 전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은 인도양에 있던 이란 군함을 격침시켰고, 이스라엘과 함께 수일 내 이란 영공을 완전히 장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미 노선을 유지하고 핵 프로그램을 고수하는 새로운 이란 지도자는 죽음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역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반정부 세력인 쿠르드족이 지상 공격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잠수함 어뢰로 이란 군함 격침…영공 장악 임박"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잠수함의 어뢰로 군함을 격침시켰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4일(현지시간) 공동 기자회견에서 "국제 해역이라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이란 군함이 미국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격침됐다"고 밝혔다.

케인 합참의장은 이번 공격이 미 잠수함이 어뢰로 적 전투함을 격침한 사례로는 1945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잠수함이 단 한 발의 마크48 어뢰를 발사해 군함을 바다 밑으로 가라앉혔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당국에 따르면 당시 군함에는 약 180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최소 87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32명은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약 60명은 실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격침된 군함은 지난달 인도 벵골만에서 열린 다국적 해군 행사에 참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군함은 인도 방문 이후 국제 해역을 항해하던 중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이 단호하고 파괴적으로, 자비 없이 승리하고 있다"며 "며칠 내 이란 영공을 완전히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차기 리더십과 관련해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란은 이번 공격으로 사망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이을 지도자 선출에 나선 상태다.

이미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선출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 발표는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지도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사람은 결국 죽음을 맞는다"고 말했다. 새로운 지도자는 미국에 반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어 이번 작전에 대해 "매우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잘할 것"이라며 "누군가 1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겠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15점 정도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지금 매우 강력한 위치에 있으며 그들의 지도부는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잠수함이 3일(현지시간) 인도양의 이란 함정을 공격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잠수함이 3일(현지시간) 인도양의 이란 함정을 공격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란 미사일 반격…인프라 공격

이란 역시 반격을 이어갔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중동 내 3개국에 배치된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레이더 3대를 미사일로 타격해 파괴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튀르키예 등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나토 방공망이 튀르키예를 향해 발사된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면서, 나토 내 두 번째 규모의 군사력을 보유한 튀르키예가 이번 분쟁에 처음으로 관여하게 됐다.

이란은 역내 모든 경제 인프라를 무차별 타격하겠다며 미국 등을 위협하고 나섰다.

IRGC는 전날 국영 TV에 발표한 성명에서 "역내 군사·경제 인프라를 완전히 파괴할 준비가 됐다"며 "역내에서 계속되는 미국의 장난질과 속임수, 협잡의 대가는 모든 군사·경제 인프라의 완전한 파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르드 지상전 가능성…중동 전쟁 새 국면


지상 공격 가능성에 대한 보도도 나오고 있다.

폭스뉴스는 쿠르드족이 미국 정부와 손잡고 지상 공격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투원 중 상당수는 이라크에 여러 해 동안 거주해 온 이란 쿠르드족이며, 이번 공격 작전의 일환으로 이란 북서부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 미국 언론들은 쿠르드 무장 단체들이 트럼프 행정부와 접촉해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작전에 참여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란 쿠르드 무장 세력을 무장시키는 계획에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쿠르드 지도자들과 접촉한 사실은 인정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부 이라크의 미군 기지와 관련해 쿠르드 지도자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 쿠르드 전투원들에게 무기를 제공하거나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계획에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란 쿠르드 단체들은 미국에 정보 제공과 무기, 군사 훈련 지원을 요청했으며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요구했다. 다만 해당 요구에 대해 미국이 합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은 강한 민족 정체성과 조직력을 가진 집단으로 평가된다.
특히 일부 단체는 이미 무장 조직을 갖추고 있어 이란 정권에 잠재적인 위협으로 여겨져 왔다.

이란 쿠르드 무장단체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조직인 이란 쿠르디스탄민주당(KDPI) 중앙위원회 소속 카말 카리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은 우리의 기존 투쟁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상황이 쿠르드 세력이 행동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쿠르드 세력이 실제로 전쟁에 참여할 경우 공중전 중심으로 진행돼 온 이번 전쟁이 지상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