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해운은 반도체급 전략산업… 전략상선대 200척 확보해야" [K-조선해양을 여는 사람들]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5 18:09

수정 2026.03.05 18:08

(2)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
수출입 화물 99.7%가 해상 운송
LNG 등 국적선 적취율 50% 불과
국적선대에 전략물자 수송 의무화
해운 경쟁력 강화 특별법 제정 시급
북극항로 올 9~10월 시범운항 시작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이 5일 한국해운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한국해운협회 제공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이 5일 한국해운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한국해운협회 제공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배가 없어 수출을 못 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도 달라진 것이 뭐가 있는가. 수출입 화물의 99.7%가 바다 위에서 움직이는 우리나라가 코로나 당시 물류가 마비되는 경험을 했음에도, 바다를 책임지는 해운산업은 여전히 반도체·배터리·바이오가 누리는 '전략산업'의 지위를 갖지 못하고 있다."

99.7% 배지를 착용한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이 국적선대에 전략물자 수송을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인 '조선·해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한 말이다. 배 한 척 없이는 반도체도 배터리도 세계 시장에 닿지 못한다. 해운을 전략산업으로 격상하라는 그의 주문은, 결국 대한민국 수출 경제의 '혈맥'을 지켜달라는 호소다.

■ 해운 못 지키면 안보 흔들려… 법적 기반 필요

양 부회장은 5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법의 부재'를 화두로 꺼냈다.

이와 관련해 오는 17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26 fn조선해양포럼'에서 특별법 제정 당위성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는 "해운산업을 유지·발전시키려면 일시적 정책 지원이 아닌 영구적이고 강력한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핵심 요구는 크게 두 가지다. 조선·해운을 국가전략산업으로 격상하는 '특별법 제정'과, 중국과의 선가 차이 20~30%의 일부를 정부가 선사 또는 화주에 보전하는 '해운·조선 경제안보기금' 조성이다.

그는 "벌크선·유조선·중소형 컨테이너선 시장은 이미 '시장 실패' 구간"이라며 "대형 조선 3사는 고부가 액화천연가스(LNG)선·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도크를 집중하고 있는 반면, 중소형 해운사는 국내에서 배를 지을 곳조차 없어 중국으로 발주를 넘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적선 적취율 문제도 날카롭게 짚었다. 한·중·일 3국 중 가장 낮은 약 50% 수준인 적취율의 이면에는 구조적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다. LNG의 국적선 적취율은 2024년 38.2%에서 2029년 12%, 2037년에는 0%까지 추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전쟁 등 유사시 외국선 선원들이 하선할 권리가 생기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가스 공급이 끊기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원인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양 부회장은 "한국가스공사가 국적 선사를 이용하려면 FOB(본선인도)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이 경우 부채비율이 올라가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국가안보 차원의 적취율이 공기업 평가 산식 하나에 좌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국제 규제 자유로운 K-전략상선대…적극적 지원 필요

K-전략상선대는 현재 필수선박 88척에서 100척으로 확대되고 향후 200척 체제까지 논의 중이다. 올해 법적인 기반을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와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그는 "유사시 국가가 징발해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인 만큼 WTO 등의 규제에 자유롭다"며 "선박 건조비용, 운항비용에 대한 일부 지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해운협회 소속 선사들은 운항 데이터를 조선소와 공유해 자율운항 기술 고도화와 연료비 절감의 선순환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선박의 설계부터 건조, 운항, 항만 하역이 하나의 데이터로 연결되는 '시스템 경쟁' 시대"라며 "부처 간 칸막이는 치명적 약점이 되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해양·조선 통합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조선·해운·항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개방형 표준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봤다.

1500억달러 마스가(MASGA)로 대표되는 한미 조선 동맹에 대해 그는 "이 자금으로 미국 상선대를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한국 조선소가 미국 조선소를 인수·투자하는 브리지 전략이 가능하다"면서도 "한미 조선실무협의체에서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동반 발전 방안을 치밀하게 조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북극항로도 핵심 과제다. 한국해운협회는 50억원 규모의 북극항로기금을 마련하고 2026년 시범운항을 준비 중이다.

그는 "북극항로는 2030년대 중반에 1년 중 9개월 운항이 가능해지는 해운업계의 '게임 체인저'"라며 "올해 9~10월경 시범운항을 시작하고, 2030년대 정기 상업항로 개설을 목표로 내빙선 건조와 극지 전문 해기사 양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 부회장은 '해운 공동행위'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해운 공동행위는 전 세계 주요 해운국에서 허용하는 보편적 관행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만 제재하면 국적선사가 도태되고 해외 대형선사의 시장 지배력은 강화된다"며 "결국 화주와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만큼, 해운법을 공정거래법에서 제외하는 일본식 모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