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첫 문턱서 막힌 '용인 클러스터'… 반도체 골든타임 놓칠라

이주미 기자,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5 18:19

수정 2026.03.05 18:19

SK하이닉스 클러스터 사업 두고
국민성장펀드 지원 논의 공회전
지주회사 규제, 가장 큰 장애물
자금조달 다변화 필요성 지적도
SPC설립·외부자금 유치 등 거론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생산능력 확보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에 대한 국민성장펀드 지원 논의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투심위에도 못 올라

5일 금융권 및 산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은 국민성장펀드 투자의 1차 관문인 투자심의원회에도 올라가지 못한 상태다.

장애물은 지주회사 규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설립할 경우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외부투자 유치가 사실상 어렵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의무 지분율을 100%에서 50%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산업통상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이를 바탕으로 국민성장펀드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투자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본격적인 투자 집행을 위해서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개정하거나 특례 규정을 마련해야 하지만 세부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산업부와 공정위는 실무협의조차 진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 입법 절차까지 감안하면 국민성장펀드 투입은 단시간 내에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초대형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사업에 국민성장펀드 자금이 초저금리로 공급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앞서 국민성장펀드는 기금운용심의회에서 평택 5라인 AI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프로젝트에 3%대 저리 대출로 2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자금조달 다변화 필요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면서 SK하이닉스가 수백조원 단위의 투자를 계획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제도 정비가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공장) 건설을 위해 21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확정했다. 기존에 결정된 9조4000억원을 포함하면 1기 팹 건설에만 약 31조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클린룸 구축과 생산설비 도입까지 포함하면 1기 팹에 필요한 재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에 총 4개 팹을 순차적으로 건설할 계획으로, 장기적으로는 600조원 규모의 투자가 단계적으로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자금조달 방식의 다변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포함한 가용현금은 34조9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순현금 규모는 약 12조7000억원이다. 현금 체력을 확보했으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과 첨단 공정 증설 등 대규모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정책금융이나 외부자금 활용의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도 자금조달 방식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공장 건설이나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외부 자금을 함께 유치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규제가 완화될 경우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팹 건설을 위한 SPC를 설립해 투자 재원을 보다 유연하게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생산능력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투자 규모가 워낙 커 기업 자체 자금 만으로는 속도를 맞추기 쉽지 않다"며 "투자방식이 유연해지면 기존 차입이나 내부자금 이외에 다양한 구조의 투자가 가능해져 장기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