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300만원 없다고 안 죽어"…엔터업계 고질병 임금체불 또 터졌다

김희선 기자,

안가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3 07:30

수정 2026.03.13 07:27

유명 엔터사, 임직원·스태프 무더기 임금 체불
첫 달 급여는 정상 지급…이후 '월급 밀리기 시작'
대표 "흔하게 있는 일, 해결하겠다" 입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엔터사 회장과 스타일리스트 A씨 카카오톡 대화 재구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엔터사 회장과 스타일리스트 A씨 카카오톡 대화 재구성

[파이낸셜뉴스] "300만원 없다고 죽는 건 아니잖아."

한 중소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에서 전 직원과 외주 스태프들이 임금 체불 피해를 주장하고 나섰다. 스타일리스트와 뮤직비디오 감독, 포토그래퍼 등 여러 스태프들이 미지급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호소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월 본지 보도 이후 관련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 회사 측은 일부 지급 지연이 있었지만 현재 정상화 과정에서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단독] “아이돌 의상 제작비, 몇달째 못받아...200만원 저희에겐 큰돈” 소상공인의 눈물)

"노동청 신고해서 밀린 월급 겨우 한 달치 받았다"

B씨가 노동청으로부터 발급받은 임금체불 사업주 확인서/사진=B씨
B씨가 노동청으로부터 발급받은 임금체불 사업주 확인서/사진=B씨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해당 엔터사에 재직했던 전 직원 A씨는 입사 첫 달부터 월급이 밀렸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약 7개월간 근무한 뒤 회사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으며, 미지급된 급여가 총 1300만원에 이른다고 토로했다.

관련 법(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최소 30일 전에 예고하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는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을 신고한 뒤 약 6개월 만에 조사가 진행됐으며, 회사 측은 이 가운데 450만원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여전히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된 상태다.

해고 경위에 대해 회사 측은 소속 신인 걸그룹의 방송 출연 기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 측은 해당 걸그룹이 Mnet ‘엠카운트다운’, SBS ‘인기가요’, KBS ‘뮤직뱅크’, MBC ‘음악중심’, MBC every1 ‘쇼챔피언’ 등 주요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고 반박했다.

외주 스태프들도 미지급 주장…스타일리스트·감독·포토그래퍼 등 다수

엔터사 회장과 스타일리스트 A씨 카카오톡 대화 재구성
엔터사 회장과 스타일리스트 A씨 카카오톡 대화 재구성

그런가 하면 걸그룹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한 B씨는 음악 방송과 행사 의상 관련 비용 345만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지만 프리랜서 신분으로 인해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구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B씨는 임금 문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회장으로부터 "300만원 없다고 죽는 건 아니지 않나"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여기에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은 감독도 총 4200만원의 대금을 수령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감독은 "당초 6000만원이었던 예산을 3500만원으로 낮춰 계약했으나, 지난해 8월 이후 회사 측과 연락이 두절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촬영에 참여한 조명팀과 아트팀 인건비를 사비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걸그룹의 프로필과 홍보 사진 등을 담당한 포토그래퍼 C씨도 비슷한 피해를 주장했다. C씨는 "미지급 건으로 연락하면 전화는 받지 않고 문자로만 '주겠다'며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며 "영상을 담당했던 다른 친구는 저보다 피해액이 더 큰데, 소송도 고려해봤으나 변호사 비용 등이 더 많이 나갈 것 같아 포기 상태"라고 한탄했다.

댄서 에이전시 측도 첫 달 비용은 정상적으로 입금됐으나 이후 미지급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내용증명을 발송했으나 회사 사옥이 정리돼 반환됐으며 대응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스태프들은 초기에는 비용을 제때 지급해 신뢰를 쌓은 뒤 점차 지급을 반복적으로 미루는 교묘한 수법에 당했다고 입을 모았다. 포토그래퍼 C씨는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면 다음 작업을 맡길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계약서 없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행태는 엔터업계에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금체불, 다른 회사에서도 흔한 일…회사 정상화 과정에 있다”
엔터사 회장과 뮤직비디오 감독 카카오톡 대화 재구성
엔터사 회장과 뮤직비디오 감독 카카오톡 대화 재구성

이번 논란과 관련해 엔터사 측은 "임직원에 대한 임금체불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어려운 건 맞지만 제보의 의도를 모르겠다"며 "스타일리스트 B씨의 경우 노동청에서 대체 지급이 예정돼 있으며 지난해 외 미지급 건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년 전 큰 사기를 당해 회사가 어려워졌으나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현재 정상화 과정에 있으며 4월 안에 처리하겠다"고 전했다.


현재 B씨의 임금체불 건은 검찰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 중이며, 일부 외주 스태프들은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ng@fnnews.com 김희선 안가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