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코스피가 이달에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변동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사이 코스피가 최대 600p 넘게 요동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주식 시장이 아니라 코인판 같다"는 반응도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 종료전까지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무리한 베팅은 자제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변동성을 나타내는 VKOSPI 지수는 지난 6일 62.72로 마감했다. VKOSPI는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다.
40선을 맴돌던 VKOSPI는 코스피가 7% 하락한 지난 3일 62.98로 올라섰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020년 3월24일(62.13) 이후 6년 만의 최고치였다. 특히 코스피가 10% 넘게 급락했던 지난 4일에는 VKOSPI가 80.37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역대 VKOSPI 최고치는 2008년 10월29일 기록한 89.3이다.
이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로 격화된 지정학적 불확실성 가운데 이달 들어 코스피가 하루 사이 두 자릿수 가까이 등락하는 급격한 변동 장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동 사태 이후 처음 개장했던 지난 3일 코스피는 7.24% 하락했고, 이튿날인 4일에는 12.06% 급락했다. 하지만 5일에는 9.63% 급등하며 단기간에 방향을 뒤집었고, 6일에는 하루 동안 200p 넘게 변동했지만 0.02% 상승하며 보합권에 마감했다.
코스피 일중 변동률도 6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코스피가 12% 급락한 지난 4일 일중 변동률은 11.42%에 이른다. 이날 코스피 일중 최고가와 최저가 간 격차는 612.67p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인 지난 2020년 3월19일(12.17%)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다. 일중 변동률은 당일 지수의 '고가와 저가의 차이'를 '고가와 저가의 평균치'로 나눈 값이다. 당일 지수의 평균값 대비 하루치 변동 폭의 비율을 나타낸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유가증권시장 내 변동성완화장치(VI) 발동 건수는 이달(3~6일) 들어 단 나흘 만에 3000건을 돌파했다. 이 기간 3314건이 발동돼 하루 평균 828.5건에 달한다. 지난 1월과 2월 유가증권시장 내 VI 발동 횟수가 하루 평균 각각 134.3건, 183.4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6배 늘어난 셈이다. VI는 개별 종목 주가가 급변할 때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냉각 장치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의 변동성이 컸다. 나흘간 발동된 코스피 VI 발동 건수 중 절반 이상(2172건·65.54%)이 ETF·ETN 종목에서 발생했다. 이중 VI가 가장 많이 발동된 종목은 방산업 테마 레버리지 ETN인 'NE 월간 레버리지 방위산업 Top5 ETN'으로, 총 83회 VI가 내려졌다.
전문가들은 대형주 또는 ETF 중심의 개인투자자 매매 행태가 지수 변동성을 더욱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ETF는 운용 시 '바스켓 매매'를 활용하기 때문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진다는 지적이다. 바스켓 매매는 10개 이상의 서로 다른 종목을 묶어 한꺼번에 주문을 내는 일괄 매매 방식이다. 이 경우 특정 섹터나 지수 전체에 대한 매도 바스켓이 실행되면, 해당 바스켓에 포함된 개별 기업들 주식이 일괄 매도되기 때문에 주가가 동반 하락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커진 국면에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상헌 iM증권 리서치센터 부장은 "코스피가 올 들어 2월 말까지 48% 오른 만큼, 단기간 급등에 따른 하락장에서의 변동 폭도 컸다. 여기에 개인들의 ETF 중심 매매가 지수 하락에 가속도를 붙였다"며 "올 2·4분기부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지수 추가 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들은 대규모 베팅은 지양해야 한다. 원전, 반도체 소부장, 우주 등 업종에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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