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징계재량권 일탈·남용해"
[파이낸셜뉴스] 부하직원들을 성희롱하고 추가 근무를 강요한 군무원을 해임한 조치가 과도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지난해 12월 18일 5급 군무원 A씨가 공군참모총장에게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 근무한 A씨는 부하 직원들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하고 야간에 당직을 선 부서원들에게 다음날 오전에 시간 외 근무를 하도록 하는 등 성희롱, 갑질 행위, 직권남용 등의 사유로 2023년 7월 해임됐다.
그는 부하 직원에게 "그런 옷 입지 말아라, 그런 옷을 입으면 병사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너무 가슴이 강조되는 것 같다. 코르셋 입은 것 같다", "이혼한 장군 찾아봐라", "미인계를 써서 다른 부서 창고에 있는 라디에이터와 화장실 라디에이터를 바꿔 달라고 요청해 봐라"라고 발언해 성희롱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에 해임 처분에 항고했으나 국방부 군무원 항고심사위원회에서 이를 기각하자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군의 A씨에 대한 징계 사유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해임 처분은 과중하다는 이유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즉 군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는 등 A씨에게 과도한 징계를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가 일반적·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발언으로 성희롱함으로써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본 피고의 판단은 충분히 합리적인 것으로서 수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의 징계 사유 중 성희롱 부분은 모두 신체접촉 등을 수반하지 않은 언어적 성희롱에 불과하고, 상대방이 불쾌감과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성적 농담의 측면을 가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남녀 사이의 성적 관계를 직접적으로 암시하거나 자신의 성적 만족감 달성을 위해 상대방을 농락하려는 취지의 발언은 아니었다"며 "다른 비위행위들도 부당한 요구나 처우가 실제로 동반되지는 않았거나 그로 인한 부서원들의 피해 정도가 현저히 큰 것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해임은 파면만큼은 아니더라도 군무원 지위를 곧바로 박탈하는 처분으로서 그 불이익의 정도가 매우 크므로, 비위의 정도가 대단히 중하거나 그보다 가벼운 징계처분으로는 징계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경우에 신중하게 내려져야 한다"며 " 비록 원고의 비위 정도가 중하다고 평가할 수 있기는 하지만 개별 비위행위 자체는 경미하고, 피해자들도 원고와의 분리 조치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반드시 원고의 군무원 지위를 박탈함으로써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직 변경 또는 외부로의 전출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