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金 다 사겠다" 중고거래 했다가 피싱 돈세탁 연루 [금감원 공동기획 조선피싱실록]

이주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8 18:06

수정 2026.03.08 18:06

온라인 금 현물 직거래 사기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금값이 오르자 몇년 전에 산 금을 팔기로 하고,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 판매글을 올렸다. 불과 몇시간 만에 구매자가 나타났고, 직거래를 하기로 약속했다.

구매자는 A씨에게 "글에 게시된 판매수량보다 더 많이 살 수는 없냐"고 물었다. 또 "네고(가격인하 요청)하지 않을 테니 갖고 있는 금이 더 있으면 팔라"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A씨는 더 많이 팔기로 했다.



'혹시 사기는 아닐까' 의심했던 A씨는 사전에 구매자의 신분증을 확인했다. 거래하기로 한 당일, 약속장소에 나가 보니 거래자와 다른 사람인 B씨가 나와 있었다. B씨는 '본인이 거래자의 아들인데 아버지가 급한 일이 생겨 본인이 심부름을 나왔다'고 했다.

수상함을 느낀 A씨는 B씨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신분증을 요구했다. B씨는 그새 A씨의 계좌로 거래대금 약 1800만원을 입금했다. 예약금 이체를 위해 공유했던 계좌로 돈을 보낸 것이다. 이미 돈을 받아버린 A씨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금을 건넸고, 그렇게 거래는 성사됐다.

이후 결찰 수사를 통해 해당 거래대금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서 편취한 자금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기 조직이 피해자에게 돈을 A씨 계좌로 송금하도록 한 다음 B씨를 통해 금을 넘겨받아 현금화하는 자금세탁 수법이었다.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할 전혀 의도가 없었지만 보이스피싱 자금 흐름에 연루된 계좌 명의자로 조사를 받는 상황에 놓였다.

금감원은 8일 금값 상승과 함께 실물 금거래가 활발해지자 보이스피싱 조직이 온라인 거래플랫폼을 통한 금 직거래로 자금세탁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금 편취 사기는 남녀노소 모두가 이용하는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연령·직업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당할 수 있다고 짚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래내역이 없거나 구매평이 좋지 않은 상대방과의 거래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특히 '구매자가 거래 예약금을 입금하겠다'며 대면하기 전에 계좌번호부터 요구하는 경우 사기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래 전 게시글을 내리도록 요구하는 것은 판매자의 변심을 막기 위한 사기범의 전형적인 사기수법"이라며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개인간 직거래보다는 전문 금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