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란發 유탄 맞은 동남아·인도… 증시·환율 '검은 일주일'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8 18:08

수정 2026.03.08 18:25

글로벌 투자자 '패닉셀' 이어져
태국, 장중 8% 폭락에 거래중단
1800선 무너진 베트남도 '휘청'
유가, 신흥국시장 핵심 변수로
이란發 유탄 맞은 동남아·인도… 증시·환율 '검은 일주일'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인도 등 신흥국 금융시장이 일주일 내내 크게 요동쳤다. 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증시는 한 주 동안 6~8% 가까이 급락했고 외국인 자금 이탈과 이로인한 통화 약세도 동시에 나타났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며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달러로 이동한 영향이다.

현지 시장에서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 상승과 자본 유출 압력이 겹치며 신흥국 증시와 통화 가치가 추가로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킷브레이커 작동한 태국은 주간 7.71%나 급락

8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동남아·인도 증시는 이란 전쟁 여파로 큰 변동성을 보였다.

태국 증시는 동남아 시장 가운데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태국 증시 지수 SET는 지난 4일 장 중 8% 넘게 폭락하며 자동 거래중단 장치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종가 기준으로도 약 5% 급락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SET는 2일부터 6일까지 한 주 동안 약 7.71% 하락해 1410선까지 밀려났다.

외국인 투자자의 '셀 타일랜드'도 이어졌다. 외국인은 한 주 동안 약 134억7000만바트(약 6294억원)를 순매도했다. 영자지 더 네이션은 "태국 증시는 전력 생산과 에너지 기업 비중이 높은 구조"라며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과 유가 급등이 투자자들의 패닉 매도를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환율 변동성도 증시를 압박했다. 태국 중앙은행(BOT)이 기준금리를 1.25%에서 1.00%로 인하하자 바트화 약세가 이어졌다. 카시콘 증권의 수라차이 프라못 부사장은 "지정학적 긴장과 금리 정책 변화가 맞물리며 태국 금융시장이 극도의 변동성을 겪었다"며 "환율 안정 전까지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패닉셀링에 5.98% 급락한 베트나 심리적 지지선 붕괴

베트남 증시도 '검은 일주일'을 보냈다. 심리적 지지선이던 1800선이 무너지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지난 6일 호찌민거래소에서 VN지수는 전일 대비 40.67포인트(2.25%) 하락한 1767.84로 마감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112.49포인트(5.98%) 떨어지며 사상 최대치였던 2월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외국인 매도세도 확대됐다. 외국인은 한 주 동안 호찌민거래소에서 약 1조3000억동(약 738억원)을 순매도했다.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으며 달러 대비 동 환율이 시중 은행 매도가 기준 2만6300동을 넘어섰다. 응우옌테민 유안타증권 분석 총괄은 "1800선 붕괴가 강한 매도 신호로 작용했다"며 "중동 분쟁이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면서 패닉 셀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강등 겹친 인니 7.9% 급락…인도 루피화 사상 최저

인도네시아 증시도 이란 전쟁의 직격탄을 맞았다. 종합주가지수(IHSG)는 한 주 동안 약 7.9% 하락했다. 여기에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인도네시아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면서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됐다.

유가 상승도 부담이었다. 석유 순수입국인 인도네시아는 유가 상승 시 에너지 보조금 부담이 커진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순매도 속에 루피화 환율도 달러 대비 1만7000루피 선을 위협했다. 핀트라코 증권의 카이룰 아디 수석 분석가는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와 국내 펀더멘털 우려가 동시에 나타났다"며 "환율 안정 전까지 지수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 증시도 조정을 받았다. 니프티50과 센섹스는 주간 기준 약 3% 하락했고 루피화 역시 달러 강세 영향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메타 에퀴티스의 프라샨트 타프세 부사장은 "이번 하락은 단순 조정이 아니라 에너지 가격 상승 공포가 반영된 것"이라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접근하면서 외국인 자금 회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유가 행보가 신흥국 금융시장 좌우할 것"

전문가들은 향후 신흥국 금융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유가를 지목하고 있다.
베트남 투자회사 비나캐피탈은 보고서에서 "이란 관련 군사 충돌이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있으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 상승을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동남아와 인도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다.
전략 비축유 규모도 인도 약 25일, 베트남 약 45일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