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돔 단두대 매치서 만난 'KBO 리거'… 류지현호 덮친 얄궂은 운명
선발은 LG 웰스, 유격수는 KIA 데일
"무조건 득점 막겠다" 호주의 총력전 선언… '5-2 미션' 첩첩산중
[파이낸셜뉴스] 한국 야구의 8강 진출 명운이 걸린 도쿄돔의 단두대 매치.
기적을 위해 무조건 넘어야만 하는 높고 험준한 산봉우리 위에,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든든했던 두 명의 'KBO 리거'가 서늘한 비수를 품고 서 있다.
올 시즌 KBO리그를 호령해야 할 LG 트윈스의 우승 청부사와 KIA 타이거즈의 야심 찬 새 얼굴이, 벼랑 끝에 몰린 류지현호의 숨통을 끊기 위해 호주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도쿄돔 그라운드에 출격한다. 한국 야구팬들로서는 그야말로 잔혹하고도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다.
9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C조 조별리그 최종전. '5점 차 이상 승리'와 '2실점 이하 방어'라는 험난한 미션을 받아 든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가장 먼저 마주할 거대한 벽은 바로 호주의 선발 투수 라클란 웰스(LG 트윈스)다.
데이브 닐슨 호주 야구대표팀 감독은 8일 일본전에서 3-4로 석패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저 없이 웰스를 한국전 선발로 예고했다.
닐슨 감독은 "웰스는 이번 대회 시작 전부터 한국전 선발로 내정되어 있었다"며 그를 향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웰스는 한국 야구팬들에게 결코 낯선 이름이 아니다. 지난 시즌 키움 히어로즈에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불과 4경기를 뛰었지만, 두 차례의 퀄리티스타트를 포함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3.15라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키움의 정식 계약 요청을 개인 사정으로 정중히 거절했던 그는, 올 시즌 KBO리그에 새롭게 도입된 아시아 쿼터 제도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고 화려하게 복귀했다. 현재 웰스는 두 명의 강력한 외국인 투수와 함께 LG 마운드의 견고한 삼각편대를 구축하며 팀의 대권 도전에 일조해야 할 특급 에이스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9일 밤만큼은 잠실의 환호 대신 도쿄돔의 차가운 침묵 속에서 한국 타자들의 방망이를 꽁꽁 묶어야 하는 적장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얄궂은 운명은 마운드에서 끝나지 않는다. 호주 내야의 사령관이자 공격의 물꼬를 트는 중심타자 제리드 데일(KIA 타이거즈) 역시 한국 투수진이 2실점 이하의 짠물 투구를 펼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최대 경계 대상이다.
데일은 비시즌 동안 80억 원이라는 거액의 FA 계약으로 팀을 떠난 KBO리그 최정상급 유격수 박찬호의 거대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KIA가 야심 차게 영입한 아시아 쿼터 핵심 자원이다.
올 시즌 유력한 KIA의 주전 유격수 후보지만, 9일 도쿄돔에서는 류지현호 마운드를 매섭게 폭격할 호주의 창 끝으로 변신한다. 전날 세계 최강 일본 마운드를 상대로 9회에만 홈런 두 방을 터뜨린 호주 타선의 응집력을 고려하면, 중심타자 데일의 존재감은 한국에게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소속팀의 우승과 비상을 위해 누구보다 열렬히 응원해야 할 우리 팀 선수들이, 당장 내일은 한국 야구의 8강 진출을 가로막는 가장 두려운 적군이 되어 나타났다. 닐슨 감독은 "분명히 우리가 계산해야 할 '경우의 수' 숫자가 존재하지만, 무조건 승리하기 위해 경기할 것이다. 오늘 밤 일본전과 다름없이 한국 타선의 득점을 완벽히 막아낼 것"이라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어 벼랑 끝에서 마주한 얄궂은 밤.
과연 한국 타선은 KBO리그가 낳은 최고의 아시아 쿼터 듀오를 무너뜨리고 기적 같은 5점 차 승리의 드라마를 완성할 수 있을까. LG와 KIA 팬들의 복잡한 탄식 속에, 도쿄돔의 시계는 잔혹한 운명의 한가운데를 향해 매섭게 달려가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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