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줄이면서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숨진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로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미 "하메네이의 아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어 당분간 전쟁이 강대강 구도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 전문가회의는 8일(현지시간)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차기 최고지도자로 임명했다.
올해 56세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은 막후 실세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정보기관 내 영향력이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명수비대가 최고지도자 선출 기구인 전문가회의에 물밑에서 모즈타바 선출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란 내부에서는 그가 최고지도자에 오르기 전부터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그림자 권력'으로 평가돼 왔다. 부친이 30년 넘게 최고지도자로 재임하는 동안 그는 최고지도자 사무실과 그 산하 경제 네트워크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권력 핵심부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이 때문에 미국과의 전쟁에서도 강경 노선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5일 정치전문 매체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하메네이의 아들은 경량급"이라며 "하메네이의 아들은 (차기 지도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강대강 대결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는 4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8일 오전 20.00% 오른 배럴당 109.17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한때 111.24달러까지 올랐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같은 시각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7.92% 오른 배럴당 109.30달러에 거래됐다.
이번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서 중동 산유국들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주요 산유국인 이라크는 이날 남부 주요 유전 3곳의 생산량을 약 70% 줄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남부 주요 유전 3곳의 생산량은 하루 약 130만배럴로 감소했다. 전쟁 이전 이들 유전의 생산량은 하루 약 430만배럴 수준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흐름이 3월 내내 부진한 상태를 유지할 경우 원유와 휘발유, 디젤 등 정제 제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렌트유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 배럴당 147.50달러까지 오른 바 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현재 가치로 약 218달러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단기적인 유가는 이란의 핵무기 위협이 제거되면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며 "이는 미국과 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지불해야 할 아주 작은 대가"라고 강조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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