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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앞지른 경유값, 앞으로 더 오른다 [유가 100달러 시대]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9 18:32

수정 2026.03.09 18:32

경유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 역전
중동정세 불안에 수요 급증 한몫
글로벌시장선 경유가 38% 비싸
주유소 휘발유값 첫 1900원 돌파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유류비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자 화물차 기사들이 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9일 경기도 의왕시 의왕ICD 터미널 주유소 앞에 화물차들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유류비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자 화물차 기사들이 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9일 경기도 의왕시 의왕ICD 터미널 주유소 앞에 화물차들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국제유가가 9일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급등하면서 경유 가격의 추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국내 주유소에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앞지른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유가 휘발유보다 30% 이상 비싸게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L당 1926.3원으로 휘발유(1902.7원)보다 높았다. 통상 국내에서는 세금구조 영향으로 휘발유 가격이 경유보다 높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 급등과 중동 정세불안이 겹치면서 가격 역전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약 10% 비싸게 거래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제 경유 평균가격은 배럴당 87.73달러로 휘발유(78.8달러)보다 11.3% 높았다.

최근에는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국내 석유제품 공급가격의 기준 중 하나인 싱가포르 시장에서 지난 6일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13.1달러인 반면 경유는 155.74달러로 약 37.7% 더 비쌌다.

경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수요 대비 공급이 제한적인 구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유는 생산 과정에서도 휘발유보다 정제공정이 복잡하다. 원유를 정제할 때 휘발유는 약 30~140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 구간에서 쉽게 추출되지만, 경유는 250~350도 구간에서 분리된다. 여기에 환경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황 성분을 제거하는 수소화 정제공정까지 거쳐야 한다.

수요구조 역시 경유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경유는 화물차와 선박, 산업용 발전기 등 산업 전반에서 핵심 연료로 사용된다. 국가 간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군용 차량과 장비 연료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원유에서 생산되는 석유제품 비율은 일정하기 때문에 특정 제품의 생산량만 크게 늘리기 어렵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세금구조 때문에 경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돼 왔다.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개별소비세, 교육세, 주행세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교통세는 휘발유가 L당 492원으로 경유(337.5원)보다 154.5원 높다. 다른 세금은 동일하게 적용돼 최종 판매가격은 휘발유가 더 높은 구조였다.


업계에서는 국제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크게 높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국내 경유 가격도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동 정세불안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경유 수요까지 늘어나면 가격 상승폭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유·등유는 중동 출하 비중이 높은데 최근 물류차질로 공급이 줄면서 휘발유보다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유 가격 상승폭이 휘발유보다 컸던 만큼 이런 흐름이 국내 가격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