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기름값이 리터(L)당 2000원 돌파를 눈앞에 두자 정부가 약 30년 만에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격 상한제)' 도입을 추진한다.
급격한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유류세 인하 확대와 소비자 직접 지원 등 추가 대책도 검토하기로 했다.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 내 관련 고시 제정을 통해 제도를 먼저 시행한 뒤 시장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과도하게 인상된 석유 제품에 대해서는 최고가격 제도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며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제유가 급등…국내 기름값 2000원 돌파 임박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기름값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전날(9일)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949.20원, 경유는 1971.37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은 이미 1970원을 넘어 2000원 돌파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 역시 중동 긴장 고조 영향으로 급등했다. 9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15.99달러,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116.62달러로 지난 6일 대비 약 20% 오르며 심리적 저지선인 10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판매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경우 국내 기름값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석유류 가격 상승은 물류비와 운송비 증가로 이어지며 전반적인 생활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에서 석유류 가격은 대표적인 변동 요인으로 꼽힌다.
30여 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
정부가 추진하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에 근거한 제도다. 석유 가격이 급격히 변동해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칠 경우 정부가 판매가격 상한선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1970년 석유사업법 제정 당시 도입됐지만 1997년 석유제품 가격 자유화 이후 사실상 발동된 적이 없다. 실제 시행될 경우 약 29년 만에 다시 적용되는 셈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이번 주 내 최고가격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고시 제정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최고가격제를 2주 단위로 상한 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고가격제 도입을 위한 고시 등을 준비 중이며 금주 내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유사와 주유소가 가격을 올릴 때는 빠르게 올리고 내릴 때는 늦게 내리는 '가격 비대칭성' 문제도 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사 담합 여부 조사와 주유소 가격 점검, 세무 검증, 가짜 석유 단속 등 현장 점검도 강화할 방침이다.
유류세 인하 확대·소비자 지원도 검토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에도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유류세 인하 확대 등 추가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유류세 인하율은 휘발유 7%, 경유와 LPG 10% 수준이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L당 57원, 경유는 58원, LPG는 20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적용되고 있다.
유류세 인하 확대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과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 꼽힌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기름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유류세 인하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최고가격제 상단이 정해지면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하율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바우처 지급 등 소비자 직접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가격 통제 부작용 우려도
다만 최고가격제가 실제 시행될 경우 업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유업계에서는 국제유가 상승 상황에서 판매가격 상한이 설정되면 원유 도입 비용과 판매가격 간 괴리가 발생해 공급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고가격이 국제 가격보다 낮게 책정될 경우 국내 공급이 줄고 수출 물량이 늘어나는 등 시장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정 부담 역시 변수다. 석유사업법에 따르면 최고가격 지정으로 정유사나 주유소가 손실을 입을 경우 정부가 재정 지원을 통해 이를 보전할 수 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가격 통제에 따른 손실 보전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 재정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조치와 소비자 직접 지원 방안 등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며 "가격이 2주 간격으로 크게 변동할 경우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해 완충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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