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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상담'도 징계 대상? 치열해진 법률시장 속 '엄격 규제' vs '표현의 자유' 충돌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0 15:54

수정 2026.03.10 15:54

변협 징계 201건 중 광고 규정 위반이 46%로 최다
포화된 시장 속 홍보 경쟁 격화…광고 규제 이견도
지하철 2호선 교대역사 내부에 비치된 변호사 광고판. 사진=최은솔 기자
지하철 2호선 교대역사 내부에 비치된 변호사 광고판. 사진=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OOO 방송국 인증 변호사' '국내 최고의 변호사로 법관 재직시절 OO건 처리'
변호사 수가 3만8000명대까지 늘어나면서 광고와 관련된 징계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무료 상담’, ‘염가(매우 싼 값) 수임’을 강조하거나 다른 변호사보다 성과가 뛰어나다는 문구를 노출하는 식이다. 변호사 직군 법정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를 징계 사유로 본다. 다만 이런 조치가 적절한지를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10일 변협이 집계한 '징계사유별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변호사 징계 건수는 총 201건으로 집계됐다.

전년(206건)과 비슷한 수준으로 2년 연속 200건대다. 이전까지 최대 징계 건수는 169건이었다.

징계 사유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93건의 광고 규정 위반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이어 △품위유지 의무 위반 48건(23%) △기타 43건(21%) △성실 의무 위반 17건(8%) 등 순이었다. 광고 규정 위반은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빈번한 셈이다.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칙'은 변호사가 품위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광고를 하거나 허위·과장된 내용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승소율이나 석방률, 결과 예측 등 사건에 대한 부당한 기대를 갖게 하는 광고도 금지된다. 전관 변호사의 경우 재직 경력을 이용해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오인될 수 있는 광고를 할 수 없다.

2021~2025년 변호사 징계사유별 현황
(건)
징계사유 2021 2022 2023 2024 2025 합계
변호사업무광고규정위반 3 106 35 66 93 303
성실의무 위반 7 12 18 35 17 89
품위유지의무 위반 14 28 57 45 48 192
기타 22 23 44 60 43 192
합계 46 169 154 206 201 776
(대한변호사협회)

변협 징계내역에 따르면 지난 1월 과장 광고로 과태료 500만원에 처분된 판사 출신 A변호사는 객관적 자료 없이 판사 재직 시절 처리한 사건 수 등을 나열하며 광고했고, "'가장 능통한 변호사'는 변론만 한 변호사나 수사 경험이 있는 변호사가 아닌 판사 출신의 변호사"라는 문구를 썼다가 문제가 됐다. 변협은 "부당한 기대를 가지게 하고 다른 변호사를 비교·비방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도 '전관출신' '최고의 승소율' 등의 표현을 사용해 비슷한 수준의 징계를 받았다.

'무료 상담'이나 '염가 수임'을 강조한 광고도 제재 대상이다. 지난해 9월 B변호사는 '무료상담' '국내 최고' 문구를 광고에 넣었다가 과태료 700만원에 처해졌다. C변호사는 저가 수임을 강조한 내용 때문에 과태료 300만원을 내야 했다. "공정한 수임 질서를 해쳤다"는 게 변협 판단의 근거다. 'OOO 방송사 인증 변호사'라는 문구를 사용한 D변호사 역시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광고"라는 이유로 견책 처분을 받았다. 광고 규제가 엄격한 이유는 광고와 달리 실제 변론이 부실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일부 법조계에서는 과장 광고 증가 배경으로 치열해진 법률시장을 지목한다. 김진우 변협 윤리이사는 "인공지능(AI) 영향으로 신규 채용이 줄어들면서 어쩔 수 없이 개업으로 내몰리는 변호사가 늘어났다"며 "구조적 압박 속에서 무리한 홍보를 하다 선을 넘는 사례도 증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눈에 띄기 위한 자극적인 유튜브와 SNS 콘텐츠,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도 많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선 의견이 나뉜다.
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는 "광고에서는 유명 변호사가 직접 사건을 맡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제 수임 이후에는 막내 변호사에게 맡기고 관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과장 광고가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견 로펌 변호사는 "회사 소개에 '최고' '최선' 같은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는 경우도 있다"며 "이 정도 문구까지 규제하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 분야나 출신 등을 강조하기 어려워지면 광고가 획일화되고 작고 특색 있는 로펌이 개성을 표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