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미 조선업 협력은 장기적인 과제...마스가(MASGA) 쓰지 말자" [K-조선해양을 여는 사람들]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0 14:14

수정 2026.03.10 14:14

(5) 권효재 COR에너지인사이트 대표
권효재 COR에너지인사이트 대표. 사진=서동일 기자
권효재 COR에너지인사이트 대표.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용어가 미국 내 특정 계층에게는 호감을 주지만 다른 계층에게는 반감을 살 수 있다.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은 앞으로 10년 이상을 내다봐야 하기 때문에, 마스가보다는 '한미 조선 협력(Korea-US shipbuilding cooperation)'과 같은 용를 쓰는 게 더 적합하다."
권효재 COR에너지인사이트 대표는 10일 파이낸셜뉴스 노동일 주필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자신들의 조선업을 다시 재건해야겠다고 고민하고 결정한 건 10년 이상 됐다"라며 "협력을 시작할 땐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마스가'라는 용어를 썼지만, 앞으로 10년 이상 더 나가야 할 과제이기에 용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선업 바탕으로 북극항로·해운업 강화해야"
권 대표는 미국 조선업의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햐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은 조선업을 법으로 보호한 지가 100년이 됐다"라며 "법이 만들어질 땐 유럽의 조선업에 맞서 자국 조선소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지만, 국제시장 경쟁력을 잃고 비싸지기만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한국 조선업은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혁신에 성공했다. 권 대표는 "1위 기업은 2·3위 기업을 함부로 견제할 수 없으며, 2·3위 기업은 1위를 언제나 위협한다. 3위 기업은 단순 원가나 물량 경쟁으로는 1·2위를 이길 수 없어 끊임없이 혁신하고 제품을 차별화하려 한다"라며 "이런 경쟁 구조는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정부의 과감한 지원보다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조선업 협력에는 현실적인 과제도 존재한다. 권 대표는 "미국은 한국의 조선 생산 시스템을 미국에 이식하길 원하지만, 이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과정"이라며 "미국 인력으로 한국 수준의 생산성을 달성하기 어렵다. 한국은 현대적인 조선소를 건설하듯, 미국에 새로운 조선 클러스터를 만드는 장기적인 계획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권 대표는 이번 한미 조선 협력이 해운업 강화와 북극항로 개척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1위 조선업에 비해 해운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다. 네덜란드,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하여 자유로운 해운 자본 유치 및 규제 프리 지역 조성을 통해 해운 허브를 육성해야 한다"라며 "에너지와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 안정적인 해운업과 이를 뒷받침하는 조선업은 필수적이다. 북극 항로 개척은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으며, 한국은 새로운 교역로와 에너지 개발을 통한 산업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중국 따돌리려면 인력 수급 문제 해결돼야"
현재 한국의 조선업은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다. 권 대표는 "전체 조선소 수와 설비 규모 면에서는 중국이 한국보다 두 배가량 크다. 중국은 세계 5위부터 30위까지의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단일 조선소의 크기, 어려운 배를 잘 만드는 능력 등 질적인 측면에서는 한국의 상위 3개 조선소가 여전히 강점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조선업은 중국의 추격과 더불어 '인력 수급 문제'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권 대표는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인 조선업은 호황과 불황 시 발주량 차이가 심해 인력 변동이 매우 큰 산업이다.
호황기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불황기에는 인력 유지가 어렵다"라며 "호황기 물량 처리를 위해 2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투입되지만, 불황 시 이들을 유지하기 어렵고, 이들이 떠나면 수년간 축적된 현장 노하우가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전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권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정년 퇴직자 활용, 외국인 노동자 투입으로 숙련 인력을 최대한 유지해야 하고, 외국인 인력 중 숙련 인력에 영주권을 부여하고 단순 현장 인력을 넘어 임원까지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라며 "한국인이 한국 땅에서만 조선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외국에서도 K-조선이 가능하며 외국인이 한국 조선업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