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 베로니크 오발데 연작소설집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 베로니크 오발데 연작소설집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2024년 공쿠르 단편소설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베로니크 오발데의 연작소설집 '한낮의 불운'(다산책방)이 번역·출간됐다.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얽혀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모든 작품에는 저마다 결핍과 불운에 시달리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대물림되는 불운의 굴레에 빠진 사내, 남편의 장례식을 마친 날 강도의 침입을 겪은 할머니, 야망에 비해 너무 평범하게 태어나버린 남자 등등.
이들은 각자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인 동시에 다른 이야기에 이웃 등 단역으로 등장하며 퍼즐처럼 맞물린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소설집의 문을 여는 '오귀스트 바라카가 겪은 낭패들'의 주인공인 오귀스트는 한마디로 "재수가 없는 사내"다.
그 계약을 성사시킨 인물은 부동산 중개인인 에바다. 이어지는 단편의 주인공으로 다시 등장하는 에바는 만원 버스에서 삶의 피로를 곱씹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딸의 해고 소식. 하지만 어느새 훌쩍 큰 딸이 자기 손을 꼭 잡아주는 순간 에바는 묘한 위안과 삶의 의지를 느낀다.
이처럼 이 책의 단편들은 불운과 행복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으며, 삶의 빛과 그림자를 서로 떼어낼 순 없다는 사실을 위트 있게 풀어낸다.
"실패와 우연, 오해와 상실처럼 부조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삶의 순간들을 산뜻한 유머로 풀어내는 것이 이 소설집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출판사는 소개했다.
그러면서 작가는 불운과 행복이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울퉁불퉁한 삶의 길을 걸어가는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너는 달의 뒷면 같은 아이란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절대로 볼 수 없는 면 말이야. 사람들은 거기에 궁궐과 오아시스가 넘쳐난다는 걸 믿지 못해. 하지만 엄마는 알아."('제대로 쓰이지 못한 재능' 중)
이 책을 옮긴 이세진 번역가는 '옮긴이의 말'에서 "불운과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삶이 빛나는 이유는 내 삶의 상태 그 자체에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결핍, 상실, 상처, 불운이 있으면 어떠랴. 이 삶에 주어진 다른 좋은 것, 다른 기쁨, 다른 인연이 분명히 있는 것을. 조금은 못마땅하고 조금은 버거운 상태 그대로, 이 삶에 축배를 들 이유는 충분하다."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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