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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막히자 사우디도 감산…“원유 공급망 다변화 지원 필요”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0 16:23

수정 2026.03.10 16:15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앞두고 10일 서울 시내 휘발유 1800원 초반대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몰려 차량에 주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앞두고 10일 서울 시내 휘발유 1800원 초반대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몰려 차량에 주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원유 감산에 돌입하면서 원유 수급 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길이 막히자 저장 시설에 원유가 빠르게 쌓이며 보관 공간 부족이 현실화된 영향이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원유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도입선 다변화와 에너지 안보 강화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1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도 2개 유전에서 생산량 감축을 시작했다. 이란이 정유시설을 겨냥하는 데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길까지 막히면서 원유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자 감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육상 송유관을 통한 우회 수송에 나섰지만 용량이 제한적이어서 기존 호르무즈 해협 수출 물량을 모두 대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등도 저장 탱크 과부하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1월 기준 국내 원유 수입 비중은 중동산이 70.6%로 가장 높고 아메리카(23.1%), 아시아·오세아니아(4.5%), 아프리카(1.8%) 순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은 당장 4월분 원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장기 계약 외에 스팟(단기) 물량 확보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비중이 높은 정유사는 3월 말, 그 외 업체는 4월 초까지 재고가 확보돼 있지만 스팟 물량 확보가 쉽지 않아 공장 가동률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비축유 방출에 나설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권고하는 ‘90일분 이상 비축’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의 원유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원유 비축량은 약 208일분으로 미국(125일분)과 독일·프랑스(90일분)보다 많다.

장기적으로는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도 지역에 따라 일부 운임 차액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지만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산을 그나마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프리카산 원유”라며 “다만 운송에 한두 달 이상 걸려 중동 대비 운임이 최소 두 배 이상 들어 관세나 운임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한때 90%에 달했던 중동산 원유 비중이 70%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공급망 다변화를 충분히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유 공급망 다변화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