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 근절 대책
보조금 부정이익 8배로 제제금 물리고
신고포상금은 환수금액의 30%로 높여
그간 '눈먼 돈' 보조금 엉터리 비판에도
정부는 미온적 온정적 조치로 일관
대통령이 '보조금 부정' 조사 지시하자
뒤늦게 일부 보조금 편취 유용사례 적발
개인·기업이 보조금 수년간 편취해도
관계부처와 지방정부는 부정 실태도 몰라
김 총리 "악질적 부정 형사고발 조치" 지시
보조금 부정이익 8배로 제제금 물리고
신고포상금은 환수금액의 30%로 높여
그간 '눈먼 돈' 보조금 엉터리 비판에도
정부는 미온적 온정적 조치로 일관
대통령이 '보조금 부정' 조사 지시하자
뒤늦게 일부 보조금 편취 유용사례 적발
개인·기업이 보조금 수년간 편취해도
관계부처와 지방정부는 부정 실태도 몰라
김 총리 "악질적 부정 형사고발 조치" 지시
[파이낸셜뉴스] 정부 재정으로 주는 국고보조금이 엉터리로 쓰이고 줄줄 새고 있다. 몇몇 기업이 짬짜미로 수십억원의 보조금을 편취해 배를 불리고, 회원과 지역사회에 쓰겠다면서 받은 수백억원의 보조금을 협회 대표가 독식하는 등 수법이 대담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부 보조금의 조직적 악용 사안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후 정부가 일부 사례를 점검해 나온 결과인데, 이번 적발 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수백 가지의 정부 보조금이 엉터리로 쓰이고 줄줄 새고 있는데, 그간 정부의 관리감독이 매우 허술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기업과 협회 등의 과감한 행태를 사전에 확인하지 못한 중앙·지방정부의 느슨하고 온정적 관리도 사태를 키운 문제로 지적된다.
10일 정부는 국가보조금의 부정 수급을 제재하기 위해 부정이익의 8배를 물리고, 신고 포상금을 국고로 환수된 금액의 30%로 대폭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는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 근절을 위한 관계장관회의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이번 정부의 방침은 부정수급 제재를 법이 정한 최대치로 높이고, 포상금을 더 주겠다는 것이다. 각 부처, 지방정부에 흩어져 있는 보조금 부정수급 판단과 제재를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가 심의 관리하겠다는 것. 더해서 낡은 보조금 시스템을 개편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올해 보조금 부정수급에 대해 일제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민간 보조사업 중 점검 대상을 전년보다 10배 이상 많은 6500건으로 확대한다. 또 기존에 점검하지 않았던 지방정부 보조사업 중 10억원 이상인 6700건도 새로 점검한다. 이에 필요한 부처합동 특별집행점검단도 기존보다 인력이 10배 많은 440명(24개팀)으로 구성해 6개월간 가동한다.
장영진 기획처 국고보조금부정수급관리단장은 "보조금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 현재 부정수급 총액의 최대 5배인 제재부가금을 8배로 높일 것"이라며 "보조금 부정수급은 적발 시 일벌백계하는 시스템 구축하겠다"고 했다.
특별점검단은 최근 5개년 동안 적발된 부정수급 1746건에 대한 각 부처의 후속조치 적정성도 들여다본다. 하지만 그간 제재 여부를 부처에 맡겨놓다가 문제가 불거지니 이제서야 5년치를 점검하는데 대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보조금 부정수급에 따른 부당한 이익에 대한 제재금을 제대로 환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장 단장은 "지금은 부정수급이 적발되면 각 부처(부정수급심의위원회)에서 제재 수준을 정하는데, 관리책임에 대한 문책을 우려하거나 온정주의적 관행으로 엄정한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기획처가 이날 공개한 보조금 부정사용의 일부 실태만 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 정도로 보조금 관리가 엉터리, 엉망이었는지, 수년간 지속해서 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는데 정부는 왜 지금까지 이런 실태를 몰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실제 2024년 하반기 보조금사업 4만6942건 중에 992건을 조사해 적발한 결과다. 부정사용 규모는 668억원에 이른다. 기초연금 등과 같은 급여성 보조금사업 1만3000여개(67조원 규모)를 제외한다해도 전체 보조금 사업(보조사업자 기준)의 1%도 안되는데도 이 정도의 부정사용이 확인된 셈이다. 실제 전수조사를 한다면 부정수급 실태는 이보다 훨씬 크고, 이날 공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뿐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기업형 브로커가 보조금 50여억원을 떼먹은 사건은 주도면밀하다. 제작기계·공구에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설치해 제조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제조·공정을 혁신, 생산성을 높이는 사업에 주는 보조금 51억원을 편취한 것. 주도한 거래처 20개사가 557개 사업자에 줄 IoT·소프트웨어 비용 대부분을 가져갔다. 허위 검수조서를 보고하고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였고, 중고 저가 임대장비를 고가로 속여 납품했다. 장 단장은 "당초 정부사업 목적을 무력화했고, 브로커가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을 편취한 사건"이라고 했다.
연합회 대표가 FTA 피해 지원으로 위판장, 집하장, 판매센터, 체험관 등을 건립하겠다고 받은 보조금 198억원(2017~2023년간)을 떼먹은 사건도 있다. 연합회 대표와 가족이 세운 특수목적법인이 지배(최대주주로 실소유주)하도록 해놓고 보조금과 자부담을 포함한 198억원으로 조성된 유통센터의 토지와 건물을 획득했다. 이 부동산을 본인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또다른 법인과 제3자(개인식당)에게 무상 임대하고 건물 대부분을 식당으로 운영했다. 이와 관련 6년여간 보조금이 지급됐는데 제대로 쓰이는지 관리감독이 전혀 되지 않은 점, 개인의 일탈로만 가능했는지에 대한 비판과 지적도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장 단장은 "개인의 단독 범행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정수급과 연루된 관계자가 더 있는지 등을 더 들여다볼 사안"이라고 했다.
정부 보조금이 일부 기업들의 해외골프 여행에 유용되고, 개인과 가족의 식사비로 유용되기도 했다.
ICT 기술을 활용한 산업서비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받은 보조금 2억여원으로 태국의 골프장을 빌려 골프패키지 관광상품으로 판매한 사례다. 사후 용역 보고서도 짜깁기했고 조작해 제출했다.
반영구적 공기청정기 필터를 개발한다고 받은 사업 보조금을 개인 연구실 재료를 구입하고 본인과 가족 식사비로 1억원을 쓴 사례도 드러났다.
농가 소득 증대 사업 보조금 중 수백만원을 골프용품과 휴대폰을 사는데 쓰기도 했다.
지역상품 청년 공동브랜드 개발 사업 보조금 2억4000만원을 자신의 모친 건물 커피숍, 웨딩홀의 인테리어 비용으로 전용한 사건도 있다. 지역의 분교를 리모델링해 캠핑·문화 공간 조성하겠다고 받은 보조금 중 1억원을 자신의 계좌에 이체해 개인카드로 캠핑재료 등을 구매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밖에 △보조사업 이외 과제에 참여한 직원에 인건비 과다 지급 △수의계약 절차 위반, 부가가치세 환급금 무단 사용 △수의계약 후 나중에 사후 요식행위로 나라장터에 입찰 등 수법이 대담하고 다양했다.
김 총리는 이날 "상습적이고 악질적인 부정수급 행위자에 대해 형사고발 등의 조치도 단호히 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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