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하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내러티브 경제학'에서 자산가격 급등기에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Narrative)'가 투기수요를 키우는 '경제적 전염(economic contagion)'을 낳는다고 설명한다. 필자는 이러한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수도권 주택시장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장기간 이어진 가격 상승 과정에서 '부동산 불패', '결국 서울 집값은 오른다'와 같은 표현들이 일상에서 자주 회자되었다. 수도권 중심의 주택 선호가 더욱 공고해지는 흐름이 하나의 '내러티브'로 반복·확산되며 기대를 강화하고 다시 투기적 수요를 자극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지난 10년간 서울의 임금 상승률은 약 40% 수준이었으나 공동주택 가격은 100% 이상 상승했다.
거시경제 차원에서도 주택과 신용의 연결고리는 점검이 필요하다. 민간신용이 GDP 대비 200%를 넘고 가계대출 중 주담대 비중이 약 70%에 이르는 상황 하에서 자본이 가격을 밀어 올리는 '신용주도형 주택가격 상승'의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대출은 담보가치와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건전성 원칙 위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은 '집을 사는 이유'를 투자가 아닌 실거주에 방점을 두고 있다 판단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주택자 대상 금융·세제 규제 등을 활용해 투기수요를 차단하면서도 수도권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메시지가 축적되어 기대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최근 강남구 아파트 가격이 2024년 3월 이후 100주만에 하락 전환하는 등 주요 핵심 지역의 흐름 변화도 관측된다.
주택은 한 사람의 하루가 시작되고 한 가족의 삶이 영위되는 공간이다. 이제는 실수요 보호와 투기수요 차단, 안정적 주택 공급, 지역 균형발전을 통한 수도권 쏠림 완화로 '주거안정의 비전'을 제시하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방향이 또렷해질수록 '서울 아파트 불패'의 믿음은 약해지고 실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이 가능해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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