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포럼] 국민성장펀드, 中企에 투자하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0 18:28

수정 2026.03.10 20:06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이재명 정부의 '진짜 성장론'을 구현할 국민성장펀드가 1호 프로젝트를 착수하며 그 윤곽을 드러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에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를 열어 삼성전자의 평택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기지 건립에 자금을 지원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AI 반도체 공장의 1단계 설비 구축에 8조8000원이 소요되는데,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6조3000억원을 충당하고 국민성장펀드에서 나머지 2조5000억원을 5년간 3%대의 대출로 지원해 주기로 했다.

국민성장펀드의 정체성과 파급효과를 가늠할 시금석이 되는 1호 안건을 보고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우선 지원대상이 삼성전자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타 올해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에 자금을 투입한다면 펀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투자방식으로 지분을 취득할 것을 예상했다. 연기금까지 동원해 주가 부양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에서 국민주인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한다면 이란 전쟁 때문에 흔들리는 투자심리를 안정시킬 버팀목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금지원 방식이 장기 저리 대출인 것이 의외이다. 대기업의 설비투자에 대한 정책자금 융자는 산업은행이 해오던 전형적 지원이다. 그걸 국민성장펀드라는 이름을 내걸고 산업은행이 첨단전략산업기금을 만들어 지원해 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삼성전자도 이런 방식의 자금지원이 필요할지 궁금하다. 삼성전자의 '진짜 성장'에 필요한 지원은 규제 완화나 안정적 전력공급과 같은 기업환경 개선이지 자금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국민성장펀드의 자금지원에 호응하여 반도체 협력사 대상의 상생프로그램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신용보증기금과 협력해 협력사에 대한 특례보증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2조40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2차 협력사까지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 낙수효과가 명분이라면 차라리 삼성전자의 1·2차 협력사들에 국민성장펀드가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성장을 위한 시설투자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의 외부자금 조달은 절대적으로 융자에 의존하지만, 민간은행은 리스크가 높다는 이유로 시설자금의 장기 대출을 기피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융자에서 투자로 변경해야 자금난과 성장절벽이 해소된다. 그러나 중소기업 금융에서 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모태펀드를 비롯한 벤처캐피털은 주로 혁신산업의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투자에 쏠려 있다. 국민성장펀드에도 지분투자로 50조원이 배정되어 있지만, 바이오·인공지능·반도체 등의 첨단 분야에 한정된다. 국민성장펀드가 모험펀드로서의 정체성을 살리려면 기존의 민간은행, 정책금융, 벤처펀드가 담당하지 못하는 영역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게 바로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한 시설투자이다. 우리나라 전체 부가가치의 절반을 창출하는 중소기업이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국민성장의 지름길이다.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에 투자하여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국민성장펀드가 운용되어야 한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