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해군 '전멸'됐다지만 '소규모 분산 공격' 가능해
물가 급등하면 트럼프 중간선거 앞 정치적 치명타 적색등
호르무즈해협 일대 맹폭 뒤 유조선 호위작전 개시 관측도
호르무즈 안전확보에 '트럼프 이란전쟁' 성패 달렸다이란 해군 '전멸'됐다지만 '소규모 분산 공격' 가능해
물가 급등하면 트럼프 중간선거 앞 정치적 치명타 적색등
호르무즈해협 일대 맹폭 뒤 유조선 호위작전 개시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과 함께 시작된 중동전쟁의 성패가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에 달렸다는 관측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이란이 저항을 위해 최후 지렛대로 꺼내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고 트럼프 정권을 위협할 수준으로 미국 서민 경제와 내정을 강타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 주요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경색에 유정을 닫기 시작했다.
생산 원유를 유조선으로 실어 내보내지 못해 저장고가 꽉 차면서 발생한 사태로 향후 원유 공급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극한다.
폐쇄된 유정에서 생산을 즉각 재개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 같은 사태는 장기적 수급 불안 조짐으로 해석된다.
현재 추세가 심화한다면 세계 경제는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사실상 전 분야에 연쇄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20달러까지 위협하고 있다. 천연가스(LNG) 가격은 일주일 만에 갑절로 뛰었다.
그 때문에 석유나 가스를 제품이나 연료로 쓰는 산업뿐만 아니라 석유 부산물을 원료로 쓰는 광범위한 제조업에서 비용 급등이 예고됐다.
이는 생산 활동이 된서리를 맞아 경기가 침체하고 물가가 치솟아 세계 곳곳의 시민이 실질소득 감소와 고용 불안을 겪을 위험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전쟁 당사국인 미국도 이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런 국면은 트럼프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전쟁에서 빠져나올 명분을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와 맞닿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이 안보 증진을 위한 전략적 결단이라며 외국 전쟁을 혐오하는 핵심 지지층 마가(MAGA)를 설득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삶을 직격하는 생활물가 상승은 명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태이며 정치적 신뢰를 크게 잃는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이 올해 11월 연방 상·하원의 다수당이 바뀔 수도 있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트럼프 행정부에 경계심을 더한다.
다수 유권자 여론조사에서 대통령과 집권당의 국정운영을 심판할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로 나타났다.
서민의 소비 여력을 뜻하는 어포더빌리티에 최대 영향을 미치는 품목은 호르무즈 사태와 직결되는 휘발윳값으로 관측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위협하도록 내버려 둔 채 전쟁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이란은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정권 교체가 단시간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군사 인프라를 최소 수년간 복원이 불가능하도록 파괴했다는 정도의 일방적 '승리 선언'만으로 전쟁을 실제로 끝내기 어렵다는 관측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이 같은 국면을 고려한 듯 트럼프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복합적인 전략 구축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을 호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일찌감치 지난 3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까다롭고 위험한 작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당 작전에서 미군의 추가 인명피해가 있을 경우 정치적 위험이 증폭될 수 있다.
미국 CNN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는 기뢰, 자폭 선박, 지대함 미사일을 동원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이나 이를 보호하려는 미국 해군함에 타격을 가할 역량을 갖췄다.
이런 작전에는 반드시 대형 해군 함정이 필요하지 않다. 이란의 복잡한 해안선에 숨기기 쉽고 민간 선박과도 구별이 어려운 소형 고속정만으로도 이란은 민간 상선을 기습 공격할 수 있다.
바다에 나오지 않고 해안 주변에 몸을 숨긴 채 휴대용 로켓 같은 무기로도 눈앞을 서서히 지나는 상선을 쉽게 공격할 수 있다.
미군이 이란 해군을 전멸시켰다고 대대적으로 성과를 홍보하고 있지만 분산된 소규모 병력만 유지해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란이 지형적 측면에서 크게 유리한 면이 있다.
바로 이런 방식으로 이란의 대리 세력 중 하나인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민간 상선을 상대로 한 공격을 수시로 가해왔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이 미군 호위를 받는 천연가스 운송선을 폭파해 거대한 화염과 환경적 재앙을 전 세계에 중계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세계 경제를 강타하는 심리전을 강행할 시나리오까지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일단 미군의 유조선 호위작전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란의 군사적 역량이 추가로 약화한 뒤에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미국과 걸프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이란 군사 자산을 대상으로 합동 폭격을 시작한다면 호위 작전이 임박한 신호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조선 호위 작전뿐만 아니라 석유 시장의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부수적 작전에도 착수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유가 급등은 결국 완화될 것이며 세계가 더 나은 석유 공급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CBS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는 기간은 일시적이며 길지 않을 것"이라며 "최악에도 이는 몇 달도 아닌 몇주이고 결국에 더 좋은 곳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선전전에 더해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대외 정책을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제재 때문에 해상에 묶인 러시아산 원유를 시장에 일부 허용할 신호를 보냈다.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을 묻고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을 막기 위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제재해왔다.
대러 제재 해제는 미국의 동맹국인 유럽 안보와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고유가에 노출하는 경계심을 방증한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