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소액주주 운동’ 가면 쓴 1000억대 주가조작단…검찰 고발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1 16:26

수정 2026.03.11 16:26

증선위, 개인 11명·법인 4개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고발

부당이득 최대 2배 과징금 등 ‘원 스트라이크 아웃’ 예고
합동대응단 1호 사건 개요. 금융위원회 제공
합동대응단 1호 사건 개요. 금융위원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소액주주 운동을 빌미로 경영진을 압박해 주가 조작한 재력가와 금융 전문가 등 11명과 관련 법인 4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정부의 불공정거래 합동대응단 출범 이후 첫 적발 사례로, 시세조종에 동원된 자금만 1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조직 범죄다. 금융당국은 지급정지 조치를 처음 실시해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재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증선위는 11일 정례회의를 열고 종합병원·대형학원 소유주 등 재력가들과 자산운용사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등이 연루된 시세조종 행위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일별 거래량이 적은 A종목을 타깃으로 정한 뒤, 법인자금·금융권 대출 등을 통해 1000억원 이상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유통 물량의 상당수를 매집해 시장을 장악하고 가장·통정매매, 고가매수 등 전형적인 시세조종 주문을 장기간 제출해 일반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특히 이들의 매수 주문량은 A종목 시장 전체 거래량의 약 3분의 1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는 ‘소액주주 운동’을 주가조작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점이다. 혐의자들은 소액주주 운동을 빌미로 A사 경영진을 압박한 뒤, 특정 증권사와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사전에 포섭된 A사 임원과 B 증권사 직원은 신탁 계좌의 자기주식 매수 주문을 혐의자들의 의도대로 제출하며 주가상승을 견인했다. 혐의자들은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주가에 자신들의 보유 주식을 매도해 거액의 차익을 실현했다.

합동대응단은 조사 과정에서 전격적인 지급정지 조치와 압수수색을 단행해 진행 중이던 범죄 행위를 차단했다. 특히 불공정거래 조사 과정에서 지급정지 조치가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향후 재판을 통해 확정될 부당이득을 환수할 수 있는 실질적 자산을 묶어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는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와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 등 신규 행정제재를 적용해 혐의자들을 영구퇴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엄격히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국은 수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종목명과 조치 대상자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