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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제작자 “개봉 전 장항준 감독과 ‘쫄’…설 흥행 보며 푹 잤죠”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1 19:49

수정 2026.03.11 19:55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 인터뷰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속 장면. 쇼박스 제공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속 장면. 쇼박스 제공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제작자 임은정 온다웍스 대표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제작자 임은정 온다웍스 대표

[파이낸셜뉴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36일째인 11일 1200만 관객을 돌파한 가운데, 이 영화를 기획·공동 제작한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가 “개봉 이틀 전만 해도 장항준 감독과 함께 ‘쫄’ 상태였다”고 웃었다.

CJ ENM 출신인 임 대표는 2023년 회사를 떠난 뒤 첫 영화로 초대형 흥행을 기록했다. 그는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언론 및 관객 시사회 이후 손익분기점 정도는 넘기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막상 개봉을 앞두고 예매 추이가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아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개봉 이틀 전만 해도 "마음 졸이고 있었다"

임 대표는 “개봉 이틀 전 장항준 감독과 마음 졸이고 있었다”며 “1차 목표는 손익분기점, 2차는 그 두 배 정도였다”고 했다. 개봉 직후에도 제작진은 좀처럼 긴장을 풀지 못했다.

그러다가 “첫 주말 100만 관객을 돌파했을 때 마치 1000만명이 든 것처럼 기뻐했다”고 회상했다.

지난 2월 4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첫날 14만7538명을 모았다. 개봉 첫 주 100만, 개봉 2주에 232만명을 동원했다. 그러다가 설 연휴 첫날인 16일 286만, 17일 352만, 18일 417만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했다. 입소문에 힘입어 뒷심을 발휘한 것이다.

그는 “사흘 내내 스코어를 확인하다가, 연휴 마지막 날에는 행복하게 잠들었다”고 돌이켰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극장가에서 흥행한 의미도 짚었다. 임 대표는 “요즘 선후배 영화인들이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코로나 이후 모두가 주저할 때 ‘미친 사람처럼 달려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영화가 말하는 메시지 역시 우리가 지키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애도와 책임에 관한 이야기”라며 “이 작품이 다음 세대 영화가 태어나는 데 작은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장항준 감독 각본 실력, 영화계에서 유명했다"

장항준 감독은 '왕과 사는 남자' 이전만 해도 연출작이 150만 관객을 넘긴 적이 없다. 예능에서는 수다스럽고 가벼운 이미지로 유명했다. 일각에서는 왜 장 감독을 연출자로 택했는지 묻기도 했다.

임 대표는 “예능에서 소비된 이미지 때문에 ‘왜 장항준이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투자팀에 있을 때부터 장 감독이 각본가로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특히 장 감독의 전작 '리바운드'를 보며 인물을 대하는 그의 태도와 온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장 감독은 처음엔 여러 이유로 연출을 망설였다. 그는 “극장이 어려운 상황이라 감독도 고민이 많았다”며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시기라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득했다. 시쳇말로 빈집털이 하자고 했더니 일리가 있네 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결국 장 감독은 프로젝트에 합류했고, 각색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임 대표는 이번 흥행의 이유 중 하나로 “정석대로 진행된 제작 과정”을 꼽았다. 그는 “기획 단계에서 배우, 투자사 등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누군가의 의견을 쳐내기보다 반영하면서 영화가 더 좋아졌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배급사 출신으로 감히 말하자면 이런 과정을 거친 영화는 최소 손익분기점은 넘는다”고 부연했다.

지키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담아

'왕과 사는 남자'는 어린 왕을 지키지 못한 남은 자의 슬픔이 보는 이의 마음을 크게 울리며 흥행의 동력이 됐다. 전반부에 대한 호불호 반응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에 관객의 마음을 확실히 파고들며, '극장에 관객으로 들어갔다가 백성으로 나온다', '역사의 빈틈을 따뜻한 온기로 채운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관객의 마음은 단종 유배지인 영월 방문으로 이어졌고, 단종에게서 왕위를 뺏은 세조의 묘 '광릉' 안내 홈페이지에 악플이 다는 등 관객의 적극적인 몰입 현상을 이끌어 냈다.

영화의 기획 출발점 역시 ‘지키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임 대표는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재난을 겪으며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경우가 많다”며 “기억해야 할 일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 영화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역사 속 인물인 단종과 엄흥도에게 예의를 갖춘 작품을 만들고 싶었죠. 애도의 행위가 실제 벌어지니 더 와닿았고 영화를 하는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