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유국, 우회 항로 찾았지만
호르무즈 공백 메우기는 어려울듯
이란 지원받는 반군 세력도 악재
페르시아만에 접한 중동 산유국들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 수출이 막히자 홍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다만 홍해 출구에 자리잡은 친(親)이란 후티 반군이 유조선 행렬을 노리고 있어 무난한 통과가 가능할진 미지수이다.
호르무즈 공백 메우기는 어려울듯
이란 지원받는 반군 세력도 악재
■유조선들 홍해 우회해도 '역부족'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선박 운항이 사실상 마비됐다. 해협을 통제하고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10일(현지시간) "전쟁 중 어떤 미국 군함도 오만해나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에 감히 접근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 원유 재고가 최근 5년 사이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면서 "이번 사태가 해운과 보험 업계를 뒤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항공, 농업, 자동차 등 산업에도 도미노 충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동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수출 경로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미국 매체에 따르면, 지난 이틀 동안 최소 25척의 초대형 유조선이 사우디 서부 홍해쪽 얀부항으로 이동했다. 이 선단은 약 5000만배럴의 원유를 선적할 수 있는 규모로, 페르시아만 에너지 공급 차질을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석유 업계에서는 홍해를 이용한 우회 수단이 호르무즈 해협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사우디의 경우 올해 2월 기준 하루 원유 수출량 약 720만배럴 가운데 약 88%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사우디뿐만 아니라, 이라크와 쿠웨이트 등 페르시아만 연안 일부 산유국들은 수출길이 막히자 석유 저장 공간이 부족해 생산량을 줄였다고 알려졌다. 외신들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6%가 줄었다고 추산했다.
■‘후티 리스크’ 홍해, 안전지대 아냐
홍해 항로 역시 안전하지 않다. 홍해가 인도양과 만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 및 서방 관련 선박들을 공격하며 해운 업계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
10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현재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 하마스 등 이란의 대리 세력들이 사실상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동 매체 알자지라는 지난 6일 "후티 반군이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해 이란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알자지라는 "후티 반군이 최근 몇 년간 선박 공격과 위협을 통해 이 지역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능력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과 직접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국제 공급망을 교란해 정치적·군사적 메시지를 동시에 보낼 수 있다"며 "이는 가자 전쟁 당시 홍해 항로를 겨냥한 공격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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