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이란 전쟁 2주] 조기 종전이냐 장기전이냐…트럼프 손에 달렸다

연합뉴스

입력 2026.03.12 06:02

수정 2026.03.12 06:02

핵·미사일 무력화, 친미정권 수립이 '양대 목표'…어떤 평가 내릴까 국내 반대여론·국제유가 불안 부담요인…'전우' 이스라엘 의향도 중요 이란 '결사항전' 다짐, 전쟁 지속능력은 의문…산발적 테러 가능성 잔존
[미·이란 전쟁 2주] 조기 종전이냐 장기전이냐…트럼프 손에 달렸다
핵·미사일 무력화, 친미정권 수립이 '양대 목표'…어떤 평가 내릴까
국내 반대여론·국제유가 불안 부담요인…'전우' 이스라엘 의향도 중요
이란 '결사항전' 다짐, 전쟁 지속능력은 의문…산발적 테러 가능성 잔존

트럼프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2주째 접어들고 있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조기에 매듭지어질지, 장기전으로 흐를지는 전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짧게는 4주를 전쟁 기간으로 설정하고 '장대한 분노' 작전에 돌입했으며, 12일(현지시간)은 그 절반을 하루 앞둔 시점이다.

그동안 종전 시기를 시사하는 듯한 그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요동쳤지만, 이와 별개로 이번 전쟁을 시작한 그의 목표가 얼마나 또 어떻게 달성됐는지를 따져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전 초기 발표 또는 시사한 전쟁 목표는 이란 핵·미사일 불능화와 정권 교체로 요약된다. 전자가 실존적 목표라면, 후자는 실리적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



미·이스라엘은 이란 군부를 '테러 집단'으로 본다. 이란이 지하시설에서 우라늄을 농축하는 것을 테러 집단이 핵무기를 갖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47년 동안 이스라엘과 미국에 적대적이던 이란이 핵탄두를 미사일이나 잠수함에 실어 두 나라의 생존을 위협할 '임박한 가능성'을 선제 타격 사유로 제시한 바 있다.

미군은 미국 현지시간 11일 오전까지 이란의 미사일 기지와 생산 시설, 드론 시설, 지휘·통신 시설, 그리고 해군 기지 등 5천500여곳을 때렸다. 이란의 미사일 발사량은 개전 초기의 10% 수준으로 감소했고, 해군 함정은 60척 넘게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이로 미뤄볼 때 이란의 미사일 역량은 거의 초토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쏠 건 다 쐈다"고 말했다.

450㎏으로 파악된 이란의 준무기급(60% 농축) 우라늄은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보도되는 가운데, 미군의 공격으로 이란 핵시설이 얼마나 파괴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 전력이 해체되고 핵시설이 일정부분 타격을 입었다고 가정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목표는 절반가량 또는 그 이상 달성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초기 공습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이란군 수뇌부가 제거된 데다 전쟁 과정에서 미군의 압도적인 화력과 정보·기술력이 입증된 만큼 이란군에 상당한 심리적 타격도 입혔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출처=연합뉴스)
모즈타바 하메네이 (출처=연합뉴스)

문제는 또 하나의 목표인 이란 정권 교체가 현재로선 '미완'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격 개시 직후 영상에서 이란 국민들에게 '미군의 공격 후 정부를 접수하라'고 촉구하는 등 정권 교체에 대한 희망을 숨기지 않았고, 폭사한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 선정에 관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전쟁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정권 교체는 행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목표에서는 빠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은 이란에 친미적인 새 정권이 들어서도록 하는 것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분석이다. 미군 지상군 파견에 신중한 입장인 트럼프 대통령은 내심 이란 시민들의 봉기에 기대를 거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란의 신정체제 유지를 위협할 만한 이란 시민들의 조직화한 대규모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도리어 폭사한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이자 강경파로 분류되는 모즈타바의 최고지도자 세습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과는 정반대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란에 온건한 친미 정권을 세우는 게 더 궁극적인 전쟁 목표였을 수 있다. 이른바 '베네수엘라 모델'에 따라 중동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이란의 막대한 석유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남미와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중국에 대한 석유 공급 통제권을 손에 넣음으로써 패권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미국의 세계 전략과 연결되는 측면이 있어 보이는데, 이란의 정권 교체는 여기에 필수 요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즈타바 집권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 "실망했다"면서 자신이 온건한 성향을 지닌 다른 인사를 새 최고지도자로 낙점했음을 여러차례 시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우리는 여러 면에서 승리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궁극적 승리"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을 수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모즈타바를 겨냥한 2대(代)에 걸친 '참수 작전' 감행 또는 다른 방식을 통한 체제 전복을 시도하느냐, 아니면 그의 집권을 인정하고 타협점을 모색하느냐가 전쟁의 향배를 가를 중대한 변수인 셈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군사작전 종료 시점에 대해 "최고사령관(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목표가 완전히 달성됐다고 판단할 때, 그리고 이란이 자신들의 선언 여부와 무관하게 완전하고 무조건적 항복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때"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출처=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출처=연합뉴스)

한가지 고려할 대목은 전쟁의 키를 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경제적 상황이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전쟁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시종일관 부정적이다. 30%를 넘지 못한 일부 여론조사의 이란 전쟁 지지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40% 안팎)보다 낮다. 그의 핵심 지지층 내부에서도 일부 이견이 존재하는 듯한 모습이다.

개전 직후 첫 100시간 동안 쓴 비용이 37억1천만 달러(5조4천억 원)에 달했다는 추산치가 나올 정도의 막대한 전쟁비용에 더해, 미군 장병이 7명 사망하고 140명가량 부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 국제유가 불안도 무시할 수 없다.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미국 기업과 소비자는 직격탄을 맞는다. 이는 트럼프 2기 후반 2년의 의회 지형을 결정할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 악재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은 "마무리 수순"이라면서 종전 시점에 대해 "아주 곧"이라고 말한 것은 시장의 불안과 우려를 달래기 위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의 일부 측근은 '출구 전략'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출구'를 가로막는 존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전쟁을 함께 치른 동료이자 국제사회 맹방인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을 국내 정치에서 지지하는 세력이기도 하다.

이번 전쟁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오랜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 또는 그를 설득한 결과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시점을 네타냐후 총리와 "공동으로" 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기회에 이란 정권을 완전히 타도해야 한다'는 강경 노선을 고수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란 입장에선 미·이스라엘의 공세를 견뎌내고 체제의 존립을 보장받는 게 최대 목표다. 따라서 군부가 항복보다는 새 지도자를 옹위해 당분간 '결사 항전' 태세를 다지는 쪽으로 응집하는 모습이다.

다만, "장기전에 충분히 대비 태세가 돼 있다"는 대내외적 구호와 달리, 군사력 열세와 경제난 속에 전쟁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철군하는 게 이란에는 최선의 시나리오지만, 그러자면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명분'을 제공해줘야 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에서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최고지도자가 폭사하는 굴욕을 맛본 이란은 전후 '저항의 축' 세력들과 함께 중동 지역에서 산발적인 테러로 앙갚음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zhe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